보험사RBC..생보상장 등 물꼬터지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7.07.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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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당국이 내년부터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제도를 강화하는데 이어 2009년에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Risk Based Capital)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보험업계의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무건전성제도가 개편되고 RBC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지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 확충이 힘든 중소형 보험사들은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M&A)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정경제부가 '보험판 빅뱅'을 위해 올 하반기 보험업법을 대폭 개정할 방침이어서 보험사들의 구조조정 작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건전성제도 개편+RBC 도입 파급력은?



재무건전성제도 개편의 핵심은 재보험 납입보험료의 50%만 지급여력비율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지급한 금액(출재보험료)은 각각 4조8100억원과 2조5200억원으로 총 7조3300억원에 달했다.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3조6650억원 가량이 지급여력비율 산정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지급여력비율 산정은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 금액만큼 바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또 보험사별로 재보험 가입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지급여력비율 하락 정도 역시 회사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제도 변경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일부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이 75%까지 하락한다"며 "재보험 가입규모가 큰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급여력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중소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본 확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명령을 받게 된다.



자본 확충에 실패하면 사실상 '퇴출' 경고를 받기 때문에 자본확충이 어려운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업계의 구조조정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RBC제도의 파급효과는 이보다 더 크다. RBC제도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고려하지 않았던 각종 리스크가 지급여력비율 산정 때 모두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려면 보험사들은 더 많은 자본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업계 구조조정+생보사 상장, '이중포석'



금융감독 당국은 이번 조치로 보험사의 구조조정과 함께 생보사 상장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재무건전성이 강화되고 RBC제도 도입이 가시화되면 생보사들은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고 증시만큼이나 자본 확충이 용이한 곳은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 입장에서는 현재의 보험업계 상황이 반가울리 없다. 18년간 끌어온 생보사 상장 문제를 해결했지만 선뜻 상장에 나서는 생보사가 없다. 멍석은 깔아놨는데 놀아줄 광대가 없는 셈이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교보생명도 아직 주간사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어 연내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는 재보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급여력비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무건전성제도 개선방안이 적용되는 내년 4월 이전에 상장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중소형 생보사들도 자본 확충을 위해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가 시중 유동성의 급격한 유입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생보사 상장은 정부의 중요한 숙제 하나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정부는 증시 과열을 우려하며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들의 상장도 유도, 주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생보사들이 줄줄이 상장에 나서 준다면 정부로서는 큰 짐을 덜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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