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尹금감 "국민연금, 은행 경영권 행사 안돼"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7.07.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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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5일 기자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의 은행 인수에 대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재무적 투자자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의 일문 일답.



-증권사 설립 허용하나?

▷증권사의 신규 설립 허용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과당경쟁이라는 측면이 있고 진입이 자유롭지 않아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자본시장의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측면에서 과당 경쟁 상태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불특정 다수의 자금을 받아 산업자금으로 연결하는 라이센스(면허) 산업이다. 진입을 얼마나 자유롭게 할지는 모든 나라의 공통된 숙제다.

- 국민연금이 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문제가 없나?
▷재무적 투자자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전략적 투자자로서는 스터디를 해야 할 문제다. 국민연금은 주로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해왔다. 다른 나라의 연금 운용 형태에 비하면 너무 후진적이었다. 주식 쪽으로 운용수단을 다변화하겠다는 것은 진일보한 현상이다. 개인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문제는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된 은행들의 전반적인 소유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 종합적으로 스터디해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 금산분리에 대한 시각은.
▷어느 나라나 자원은 유한하다.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금산분리의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의 유보율이 360%다. 어떻게 전략적으로 동원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주요 7개 상업은행을 보면 외환·SC제일·씨티은행은 외국인이 경영권까지 갖고 있고 국민·신한·하나은행은 모두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다. 우리금융만 남아있는 셈이다.

산업자본이라고 대못질해놓고 쓰지 못하게 하면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다. 금산분리를 깬다고 해도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는 견제할 수 있다. 필요하면 감독 강화도 가능하다.

놀고 있는 산업자본을 금융자본으로 동원해야 한다. 지금은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금산분리를) 엄격하게 유지하면 우리금융을 누가 인수할 수 있나.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자원배분이다.

국민연금 문제도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수년 후에 금융시장의 공룡으로 나타날 것이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운용되는 전문운용기관이 운용해야 한다. 국민연금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 부분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특정 은행을 소유하게 됐을 때 누가 경영할 것인지 문제도 있다. 총체적인 방향이 나와야 한다.

-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정치논리로 푸나?
▷(수수료율 공청회 연기한)타이밍이 공교로웠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경제논리로 풀겠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대해 언론에서 걱정 안 해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금융연구원에 용역 의뢰했는데 원가분석을 전업카드사만 대상으로 하고 KB·외환카드 등 겸영카드사가 대상에서 빠져 보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회계전문기관의 검증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 달 정도 더 보완한 후에 8월에 공청회를 열겠다.

-주식 신용융자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는데?
▷감독당국이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시장이 호황일 때 누적돼 있던 불건전 관행을 정상화시켜 자본시장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자본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하다. 나중에 주가가 하락할 때를 감안해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가능한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가)자기자본으로 융자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몇몇 회사들은 자기 자금이 없는 가운데 콜자금이나 증권금융 자금을 빌려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시정해야 한다. 자본시장 건전성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했다.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가장 제고해야 할 부분은.
▷기본적으로 경영자들이 비전과 영업전략·전술을 갖고 임해야 한다. 시장 전체로 보면 금융산업은 서비스 산업으로 돈·사람·인프라 세 가지가 중요하다.

돈이란 금융기관이 자본 확충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그 돈으로) 규모를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 M&A가 그래서 필요하다. 1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100억달러로 자본을 확충하면 1억달러 손실이 나도 큰 문제가 없다.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사람도 중요하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해서 이길 우수한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다. 투자해서 사람을 키우는 방법, 전문인력을 스카우트 하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로 인프라가 국제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금융환경과 제도를 정비하고 감독 방법도 선진화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시대다. 모든 경제 현안을 글로벌 시각으로 봐야 한다. 자본확충을 통한 대형화가 필요하다. 세계를 상대로 영업해야 한다. 금융산업도 전세계를 상대로 영업해야 한다.

-임기 만료가 다가왔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금융산업이 양적으로 개선됐지만 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절대적인 자산규모가 대단히 열세다. 세계 100대 은행중 한국은 4개 불과하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우리 기업은 12개다. 경제규모에 비하면 약하다.

골드만삭스.메릴린치의 자본금은 30조가 넘는다. 한국의 증권사는 다 합쳐야 2조원이다.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정도로는 경쟁하기 어렵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자국내에서 20~30%를 벌고 나머지를 나머지는 해외에서 번다. 우리 증권사는 국내에 의존하고 아직도 위탁수수료에 의존한다.

-은행이 서민금융에 더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느 나라나 예외 없이 금융 소외지역이 중소기업과 서민금융이다.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나눠줄 수 없다. 서민맞춤대출 안내서비스, 대출환승론, 대부업정책협의회, 불법 사금융 단속을 해왔고 휴면예금법안도 통과했다. 고금리 피해를 줄이려고 금리 상한선도 낮췄다. 종합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서민들에 충분하지는 않다고 본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론스타 문제는 재판이 진행중이다. 법치국가로서 법원의 절차가 진행중인 사안이므로 법원의 진행절차를 기다리겠다.

-주택대출 규제가 시장을 과도하게 왜곡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LTV·DTI 규제는 다른나라에서 배우러 온다. 일본은 1990년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후 애를 먹었다. 우리는 평균 LTV가 50% 정도다. 대출을 쓰고 있는 차입자나 금융기관의 건전성 양쪽이 유지되고 있다.

-단기외화차입나 금리인상 문제는?
▷단기 외화차입은 감독당국도 (시장에) 협조 요청한 바 있다. 필요하다면 적정한 시점에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조치하겠다. 금리인상은 여러 요인이 있기 때문에 금통위에서 판단해서 결정할 사안이다. 환율 역시 정부 당국자가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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