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은 국내 금융회사들끼리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경쟁하던 내수산업의 단계를 이미 지나,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글로벌 거대 투자은행과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하는 수출산업으로 바뀐 지 오래다. 하지만 그동안 법규 시스템은 자본시장이 수출산업으로 성장하는데 발목을 많이 잡아왔다. 증권회사와 자산운용회사가 새 상품을 만들고 파생상품을 이용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자통법이 국회를 통과한 3일 코스피지수는 10일(거래일 기준) 만에 다시 1800을 돌파했다. 4일에도 32.91포인트나 급등했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시가총액은 1014조를 넘어서며 ‘시가총액 1000조 시대’를 활짝 열었다.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쓴 바로 그날에 ‘제1회 머투 자본시장포럼’이 열렸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포럼을 찾은 증시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300개 좌석을 빼곡히 채우고도 모자라 계단에 안거나 서서 포럼에 경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리가 없어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자본시장에 대해 보여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의 질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이날 포럼에서 얻은 또 하나의 성과다. 과거에 투자설명회나 증시포럼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박 종목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 하지만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종목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주가 상승을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찾고, 경제성장률이 4%로 낮은 상황에서도 주가는 오를 수 있으며, 자산운용업이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제발표에 대해 진지하게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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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500~1000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증시관련 법규와 기업이익의 질 및 투자자 인식수준 등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질곡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잘못된 것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새 패러다임에 어울리는 법규와 투자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자통법은 경영투명성의 제고와 적립식펀드 열풍 및 대박보다 안정적 수익을 장기적으로 올리려고 하는 투자문화의 변화가 ‘주가 2000-소득 3만달러 시대’의 조기 개막을 앞당기는 주식자본시대의 출범을 소리 높여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