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자통법, 주가 2000시대 연다

머니투데이 홍찬선 증권부장 2007.07.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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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상승이 국민소득 높이는 주식자본주의 정착

2007년 7월3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해 한국 자본시장의 새 패러다임이 본격화될 수 있게 한 날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국내 금융회사들끼리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경쟁하던 내수산업의 단계를 이미 지나,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글로벌 거대 투자은행과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하는 수출산업으로 바뀐 지 오래다. 하지만 그동안 법규 시스템은 자본시장이 수출산업으로 성장하는데 발목을 많이 잡아왔다. 증권회사와 자산운용회사가 새 상품을 만들고 파생상품을 이용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1년 반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9년1월부터 시행되는 자통법은 ‘주식자본주의’를 빠르게 정착시키는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식자본주의란 자본시장이 경제운용의 중심이 되고, 부가가치 창출 및 자산운용의 핵심이 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미래 혁신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은행 등을 통한 간접금융이 아니라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이 담당하고, 주식 보유가 늘어남에 따라 주가 상승이 부의 증가를 초래해 소비와 투자를 증대시키며, 이것이 또다시 부를 늘리고 주식보유를 증대시키는 선순환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앞당기는 성장엔진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자통법이 국회를 통과한 3일 코스피지수는 10일(거래일 기준) 만에 다시 1800을 돌파했다. 4일에도 32.91포인트나 급등했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시가총액은 1014조를 넘어서며 ‘시가총액 1000조 시대’를 활짝 열었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 급락이 우려된다는 신중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의 재산 비중이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고, 1474조원에 이르는 개인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도 예금에서 주식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패러다임 시프트 과정에 들어간 한국 증시는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쓴 바로 그날에 ‘제1회 머투 자본시장포럼’이 열렸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포럼을 찾은 증시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300개 좌석을 빼곡히 채우고도 모자라 계단에 안거나 서서 포럼에 경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리가 없어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자본시장에 대해 보여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의 질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이날 포럼에서 얻은 또 하나의 성과다. 과거에 투자설명회나 증시포럼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박 종목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 하지만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종목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주가 상승을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찾고, 경제성장률이 4%로 낮은 상황에서도 주가는 오를 수 있으며, 자산운용업이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제발표에 대해 진지하게 경청했다.


한국 증시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500~1000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증시관련 법규와 기업이익의 질 및 투자자 인식수준 등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질곡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잘못된 것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새 패러다임에 어울리는 법규와 투자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자통법은 경영투명성의 제고와 적립식펀드 열풍 및 대박보다 안정적 수익을 장기적으로 올리려고 하는 투자문화의 변화가 ‘주가 2000-소득 3만달러 시대’의 조기 개막을 앞당기는 주식자본시대의 출범을 소리 높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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