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3차 경제개발계획 당시 설립된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역사는 곧 조선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환경과 국내 건조능력에 맞춰 진보를 거듭한 선박금융의 변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선업계의 현금보유액이 크게 늘면서 전통적인 자금지원 수요가 줄어들자 해외진출 등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설립 다음해인 77년 한해 동안 1152억원의 연불수출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외환은행이 관련업무를 대행한 과거 6년간의 총 지원액 1258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수출입은행의 연불수출자금 집행액 중 선박에 대한 지원 비중은 1976∼79년 70.8%, 1980∼89년 79.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조선소의 선박수출 금액의 42.7%에 해당하는 수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자체 경쟁력 증가로 수출지원자금 없이도 수주가 가능해지자 수출지원자금 수요가 감소했다"며 "이에 은행은 기존 주요고객이던 선진국의 선주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미개척 분야였던 개도국 선주의 선박발주에 대해 적극적인 선박금융 지원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국제적 저금리 추세에도 선박에 대한 지원금리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금리인 연 8%로 고정돼 경쟁력 있는 선박금융을 제공할 수 없어 고민이었다. 특히 한국, 일본 등 선박수출국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으로 OECD 기준금리가 국제 금융시장 금리에 연동되는 상업참고금리(CIRR, 표시통화 국가의 국채 수익률에 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로 바뀌자 상업금융기관의 선박금융에 대해 경쟁력 있는 신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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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002년 수출입은행은 세계 최고수준의 국내 선박건조 능력과 시장환경에 맞는 선박금융을 결합하기 위해 선박 운용에 따른 수입을 주된 채권보전장치로 하는 선진 금융기법인 스트럭처드파이낸스(SF) 선박금융 신상품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연불수출자금이 약속어음을 담보로 제작자에게 통상 1%의 수수료를 징수해 높은 금융비용을 발생시켰다면 SF 선박금융은 선박 운용에 따른 수입 또는 용선료를 주요 채권보전장치로 해 선박 인도 후 최장 12년 동안 선박구매자금을 선주에게 직접 대출(구매자신용)하는 방식이다. 이후 국내 조선업계는 최고의 건조경쟁력과 수출입은행의 금융경쟁력을 바탕으로 2003년 이후 선박수주량, 수주잔량, 고부가가치선 수주분야에서 명실상부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승인한 선박금융 지원규모는 대출 28억4300만달러, 보증 202억9200만달러 등 모두 231억3500만달러다. 올해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지원계획은 대출 2조5500억원, 보증 10조9000억원 규모로 지난 26일 기준 당초 계획대비 각각 50.3%, 68.4%의 집행률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