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해외채 발행 포기한 속사정

머니투데이 강종구 기자 2007.06.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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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 프리미엄 급등..위기설 진화하려다 서브프라임에 당해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자동차 (250,500원 ▲1,500 +0.60%) 신용파산스왑(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불거진 기아차 (102,100원 ▼1,100 -1.07%) 유동성 위기설에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오름세가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기아차가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5년만기 5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결국 CDS 프리미엄 급등이었다. 유동성 위기설을 해소하느라 적극적인 해외 IR활동을 펼치고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막판에 자금조달을 미뤄야 했다.



현대차 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국내 기업들의 CDS 프리미엄도 이달들어 모두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은 신용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하고 받게 되는 일종의 수수료를 말하며,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위험이 상승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유동성위기설로 프리미엄 연초부터 꾸준히 올라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현대차 CDS(이하 모두 5년) 프리미엄은 27일 현재 64bp에 달한다. 지난해말 대비 무려 29bp 상승했다.

기아車 해외채 발행 포기한 속사정


국내 다른 기업의 CDS 프리미엄도 최근 상승세지만 현대차의 경우 더욱 가파르다. 한국전력 CDS는 15bp로 지난해말 대비 1bp 오른데 그쳤고 삼성전자는 11bp로 3bp, 포스코와 KT는 나란히 5bp씩 올라 각각 21bp와 20bp를 기록했다. SK는 오히려 3bp 하락하는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 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연초부터 불거졌던 기아차 유동성 위기설 때문이다.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기아차의 자금부족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각종 악성 루머로 이어졌고, 투자자들이 몸을 사렸다.

이는 곧바로 현대차 CDS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내와 달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한몸으로 보기 때문에 기아차 위기는 곧 현대차의 위기나 마찬가지였다.



침묵을 지키던 현대차그룹이 국내외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개최, 불끄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위기설이 완화되자 CDS 프리미엄도 정체됐다. 해외법인 재고급증 부담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의 태도도 다소 누그러졌다.

◆ 해외채 발행으로 전화위복 노렸는데..`서브프라임`에 발목

기아차가 이달 해외채 발행을 추진한 것도 해외 공장 투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유동성 위기설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조짐도 좋았다. 최근 진행한 해외 로드쇼에서 70여개 기관이 채권발행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투자자 모집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베어스턴스 헤지펀드 청산 가능성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다시 급부상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됐다. 비우량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조달금리가 급등했다.

현대차 CDS 프리미엄은 이달들어 무려 10bp 올랐다. 특히 발행 연기 선언을 한 지난 28일 직전 이틀동안에는 하루에 2bp씩 뛰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S&P기준 BBB-)이 낮아 서프브라임 여파를 크게 받았다.

기아車 해외채 발행 포기한 속사정
신용등급이 A인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스코는 이달들어 CDS 프리미엄이 각각 1bp, 2bp, 1bp 올랐고 A-인 KT는 2bp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GS칼텍스(BBB+)는 12bp 급등했고, SK(BBB-)도 3bp 상승반전했다.



당초 예상했던 해외채권 발행금리도 최소한 그정도 높아질 것이 뻔했다. 세계적 철강회사 아르셀로 미칼, 세계 최대 LNG선사 MISC 등 우량기업들도 추진하던 채권발행을 포기하는 마당에 등급이 떨어지는 기아차가 버티기는 무리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유동성위기설 돌면서 가산금리가 올라간 것을 염두에 두고 해외 채권 발행을 추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가산금리 상승한 게 발행을 연기하게 된 이유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필이면 서브프라임 문제가 터지면서 발행 연기라는 부정적인 상황이 됐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 우려할 소지가 있다는 것도 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러나 발행하려고 했던 자금용도가 당장 자금상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해외공장 투자에 들어갈 소요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며 "발행이 연기됐다고 해서 자금사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호전되면 해외채권은 물론 국내채권 발행도 추진할 방침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해외발행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원화자금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 채권시장이 좋아지면 국내 조달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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