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반기업정서의 실체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07.06.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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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반기업정서의 실체


지난 5월 30일 KDI는 '반기업정서의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의 제목이 직설적으로 나타내듯 그동안 반기업정서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되지도 않은 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재벌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심각한 반기업정서로 인해 기업 경영과 투자의욕이 상실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에 큰 장애가 된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과 법규 같이 실체가 존재하는 대상이 아닌 반기업정서는 그 정의 자체가 무엇이며 과연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지금까지 구체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진 KDI의 연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될 수 있다.



KDI는 일반국민, 경제전문가, 노조간부, 기업인, 교사, 언론인, 국회의원까지 다양한 계층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반기업정서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시행하였다. 가장 중요한 결과는 반기업정서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일반에 대한 호감도를 반감, 보통, 호감으로 나누었을 때, 노조간부를 제외한 모든 조사대상의 기업에 대한 반감은 매우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업일반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 중소기업인, 전문경영인에 대해서는 강한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KDI 연구가 명확히 밝힌 반기업정서의 실체는 재벌과 재벌총수에 대한 반감이다. 무엇보다도 반기업정서의 원인이 기업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 원인이 더 크며, 불법·탈법 행위 및 분식회계와 편법상속과 같은 부도덕한 경영, 정경유착과 부패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명확히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조사대상 모든 계층에서 공유되는 것이며 기업인 본인들도 반기업정서의 원인이 기업 내부에 있음을 공감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재계 특히 재벌들이 불만을 나타내온 반기업정서가 기업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아니며, 재벌과 재벌총수들이 지금까지 행해온 잘못된 행태에 대한 정당한 비판임을 명확히 보이고 있다. 결국 재벌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스스로 원인을 제공한 비난과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사람들은 우리만 미워해” 식으로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에 지나지 않았다.

KDI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반기업정서의 실체는 반기업정서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며 투자의욕을 상실하게 한다는 재벌들의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확실히 보이고 있다. 사실 재벌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반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불법·탈법 행위에 대한 정당한 비판 때문에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포기하고 기업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불만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사실 재벌에 대한 반감에 정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두산 박용성 회장의 경우에서 보듯 분식회계와 횡령으로 기소된 이후 단 하루도 감방에서 보내지 않고 기업경영과 국민경제 발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을 다하라며 정부가 사면을 허락할 때까지 불과 1년여의 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결국 재벌들은 자신들이 지닌 우리나라 경제, 사회, 정치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법위에 군림한다는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불만을 증폭시켜왔다.

반기업정서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은 명확하다. 반기업정서가 기업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재벌과 재벌총수라는 특정 계층이 저지른 불법·탈법 행위에 대한 비판이므로 재벌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판의 대상이 돼왔던 불법·탈법 행위와 분식회계와 편법상속과 같은 부도덕한 경영, 정경유착과 부패 등에 대한 깊은 반성과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스스로 확고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불법·탈법 경영 행위에 엄격한 제재와 심판을 집행함으로써 반기업정서의 원인을 제공한 경영진이 더 이상 경영에 참여할 수 없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국민들은 정도 경영을 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명확히 구별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강한 호감을 보이고 있다. 재벌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스스로 존경받을 수 있는 정도 경영의 길을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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