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국민연금發 시험대'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6.26 18:06
글자크기

연기금 활용론 "탄력"..정부기관들 조직논리 극복이 관건

정부의 우리금융 (11,900원 0.0%) 민영화 의지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연금이 최근 최대 20%까지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다.

우리금융 매각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활용하자는 제안은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이전까지는 파는 쪽이나 사는 쪽 모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와 예금보험공사, 복건복지부나 국민연금 등 관계 기관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결론을 도출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시험대에 섰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연금 최대 20% 인수 추진..다른 연기금 참여도 논의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11,900원 0.0%) 매각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기금 활용안은 국민연금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국민연금측이 최대 20%까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고 제안했고, 이후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외에 다른 연기금 등을 합쳐 최대 30%를 각종 연기금에 매각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지분은 정부가 내년 3월까지 우선 매각하기로 한 '50%+1주'를 넘는 소수 지분(23%) 매각과 별개로 추진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소수 지분 매각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추가로 20~30%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현재 73%인 예보 보유 우리금융 지분은 20~30%까지 떨어지게 된다.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우리금융 민영화 진전

연기금 활용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마땅한 매각처가 없어 매번 민영화 시한 연기를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9조2638억원.

우리금융에 대한 해외 매각 불가론이나 금산분리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경영권을 포함한 '50%+1주'를 일괄매각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연기금에 20~30% 가량 지분을 넘기게 되면 나머지 20~30%만 팔면 돼 매각이 한층 용이해진다.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예보 입장에서도 회수율을 높일 수 있고, 국민이 주인인 국민연금 등에 매각하는 형태이므로 헐값 매각 논란 우려도 적다. '50%+1주' 지분을 매물 부담이 없는 장기 투자자에게 넘기면 물량 우려를 해소하고 민영화 의지를 보여주게 됨으로써 소수지분 매각시에 보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적 투자 행태로 비난을 받아온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은행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민영화 지연과 매물 부담 등으로 저평가 된 가치만 15~20%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며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이만한 투자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에 대한 자율 경영 논란이 해소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보유지분이 줄어들게 되면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 관리와 관련한 엄격성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속내는 '동상이몽'..조직 논리 극복이 과제

그렇지만 연기금 활용안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당장 각 관계 기관들의 속내가 조금씩 다르다. 복지부나 국민연금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경영권 인수까지 염두에 두는 모양새고, 예보의 소관부처인 재경부는 재무적 투자 형태라 하더라도 대규모 지분을 연기금에 넘겨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방식이나 경영권 프리미엄 문제 등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우리금융에 대한 영향력 약화도 하나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경영권까지 가져가려 할 경우 우리금융이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민영화에 역행한다는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또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져 모처럼 맞은 '민영화 진전'의 호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각 관계기관들이 자신의 이권이나, 법률 개정, 매각 절차 등 마이너 한 문제에 매몰되기 보다 큰 틀에서 민영화의 기회를 살린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풀 수 있는 문제"라며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특정 주주에 지배권을 주지 않고 국민은행과 같은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