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이 내린 직업'의 '神의 연금' 누르기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6.26 15:46
글자크기
"정책 당국자들은 물론 연금개혁의 추진주체인 주무장관도 국민연금이 아닌 특수직연금(공무원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지난 25일 언론에 배포한 글에 담은 내용이다. 최근 KDI가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갈아탄 것을 놓고 파문이 일자 그에 대한 소회를 밝힌 글이지만, 주목을 받은 것은 오히려 이 대목이다.

특히 "당국자들도 특수직연금 가입자"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정부가 KDI의 사학연금 가입 대상을 대학원 소속 직원으로 한정하려고 하는데 대한 불쾌감의 표시로 해석된다. 풀어쓰면 "공무원 자신들도 특수직연금 가입자면서 왜 우리더러 특수직연금에서 탈퇴하라고 하느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현 원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메우는 공무원연금을 손대지 못한 채, 연구기관 한 두 군데의 연금가입 범위를 조정하는데 그친다면 핵심을 비껴간 대책이 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연금에서는 약 9725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물론 적자는 고스란히 나라 재정이 떠안는다.

현 원장의 주장도 일면 타당하지만, '신의 내린 연금'으로 불리는 특수직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특수직연금 가입자들 사이의 다툼'으로 비칠 뿐이다.



현재 공무원들의 연금수익비(총연금수령액/보험료 납부총액)는 약 4배에 이른다. 연금에 낸 보험료의 4배를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일반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 연금수익비(2배)의 2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부도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간 형평성'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월에는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건의안'도 나왔다. 신임 공무원에 대한 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민간 수준의 퇴직금을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방안이 채택되면 신임 공무원들의 연금수익비는 지금의 3.9배에서 1.7배로 뚝 떨어진다.

그러나 건의안에 따르더라도 현직 공무원들 가운데 20년 이상된 고참 공무원들의 연금 수익비는 여전히 3.5배 이상이다. 10~20년차 공무원의 연금수익비도 2.3배 이상이다.


당시 시민단체에서 건의안이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공무원들 스스로 '자신의 연금을 깎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중(스님)이 제 머리를 제대로 깎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행자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최대한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라는 기본원칙 아래 혜택의 수준을 국민연금과 비슷하게 맞추도록 하겠지만, 완전히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