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비정규직에 '특혜'…민간은 '떨떠름'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6.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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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장관 "공공기관이 선도"-학교식당 조리원이 최다 전환

정부가 26일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2년 이상 근속한 계약직 중 76.3%에 해당하는 7만1861명을 대규모로 '무기계약직'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공부문에서 선도할테니 민간부문에서도 '빨리 따라 오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따라서 법시행으로 비정규직 대책을 세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민간기업에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2년 이상 근무하고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의 항의와 민원제기가 잇따르는 등 행정기관과 공기업, 각급 학교에서의 혼선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에서 '모범'=비정규직법의 핵심인 '비정규직이 2년을 초과해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규정의 기산점은 올해 7월1일이다. 2009년 7월에 정규직 전환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하지만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올해 10월부터 정규직화 시켜주는 '특혜'를 안겨줬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대책의 모범을 보여서 민간기업도 공공부문 사례를 뒤쫓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라는게 노동부가 밝힌 목적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에서 먼저 정규직 전환을 선도함으로써 민간기업에서도 최대한 많은 사업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10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사자는 전체(20만6742명)의 34.8%에 달한다. 근무기간이 2년이 안된 상시적 업무 종사자는 내년 6월 2차 전환이 이뤄지는 등 단계적으로 정규직화가 진행된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일한지 2년이 넘은 연중 상시 업무 종사자가 정규직화 주 대상이다.

학교·교육행정기관의 식당에서 일하는 조리원·조리사가 3만1872명으로 44.4%를 차지한다. 또 교무·과학실험 보조원(6595명), 회계업무 담당자(3810명) 등 교육기관 종사 계약직이 가장 많다.

중앙부처에서는 사무보조원(3002명)과 우편물구분원(103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지자체·지방공기업에서는 6303명이, 공기업 및 산하기관에서는 7474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학교를 포함한 행정기관인 경우는 '분리직군제' 방식의 민간인 정규직 신분이 된다. 공기업과 산하기관은 해당기관 정원에 반영돼 관리된다.

해당되는 비정규직은 고용안정 및 임금상승, 처우개선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행정기관의 경우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의 처우를 최하 등급인 기능직 10등급 1호봉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여기에 필요한 올해 151억원, 내년 1306억원 등 추가예산은 대부분 자체예산으로 충당토록 했다.

그러나 근속기간이 2년이 넘은 비정규직이라도 △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정업무 종사자 △대체 인력 △대학조교, 인턴 △55세 이상 고령자 △공공근로자 등은 제외됐다. 이들의 숫자는 전국적으로 2만여명으로 불만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게는 부담 요인=경영계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거 전환에 떨떠름한 표정이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부 사례를 예로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해서다.

경영계 관계자는 "정규직화가 가능하려면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데 정부와는 달리 민간기업은 애로점이 훨씬 많을 것인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정부 사레처럼 기업에서도 여력이 된다면 정규직화가 바람직하지만 비정규직의 95%가 일하는 중소기업은 곤란한 측면이 크다"면서 "업무성격이나 경경능력에 맞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공공기관에서 추가 계약직 채용을 꺼리면서 공공부문에서 계약직 진입 문턱이 높아지는 부작용도 피할 수 없을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공공-민간', '대기업-중소기업'으로 나눠져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양극화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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