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착해서 잘 나가는 기업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국장 2007.06.25 12:25
글자크기
외신에 소개된 한 장의 사진에 눈길이 갔습니다. '꿈의 직장'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IT분야 전문가들이 어떻게 자동차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단순한 관심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구글은 최근 산하 자선기관인 구글닷오알지를 통해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섰습니다. 기존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가정용 전원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한 단계 앞선 자동차를 개발 중이었습니다.
 
에너지 절감을 통한 지구 온난화 방지와 친환경 사업에 대한 구글의 관심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그치지 않습니다. 구글은 친환경적 '그린 컴퓨팅'의 기술 개발과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기존 일반 PC는 전력효율이 50%밖에 되지 않아 사용 전력의 절반 정도를 낭비하고 있는데 2010년까지 이를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입니다.
 
구글을 보면 '착해서 잘 나가는 기업'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실제로 구글의 기업모토는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라고 하더군요.
 
착해서 잘 나가는 기업은 구글만이 아닙니다.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피로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한 현대판 오아시스'로 불리는 스타벅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스톡옵션과 건강보험을 통해 시간제 직원에게까지 회사 이윤을 배분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이며, 그것 없이 스타벅스는 운영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스타벅스는 2004년엔 콜롬비아 농부들이 코카인 대신 커피를 재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당시 시장가격보다 74%나 높은 가격에 생커피를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착해서 잘 나가는 기업은 굴뚝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친환경 기술 개발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제패한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그중 하나입니다. 토요타는 1997년 '프리우스'라는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해 지금까지 100만대 이상 팔았습니다. 토요타의 지난해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5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습니다.
 
구글, 스타벅스, 토요타의 사례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오히려 그것이 성공의 핵심 요소라는 점입니다.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짠돌이와 구두쇠 경영으로는 비즈니스 그 자체가 위협받게 된 것이 과거와 달라진 현실입니다. 도덕과 자기절제는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이제 필수사항입니다.
 
최고의 인재들은 단순히 연봉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기여를 통해 개인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기업을 찾아 갑니다. 소비자들도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만이 아니라 사회적 평판을 중시합니다. 노골적으로 악덕기업, 환경오염 기업의 제품은 거부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들은 단순히 재무적 이익만 좇지 않고 친환경적 기업, 친사회적 기업에 투자합니다. 투자에 앞서 지배구조가 어떤 지를 파악합니다. 이것이 지금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사회책임투자 열풍입니다.
 
유엔 산하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에 서명하고 동참한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금융사는 세계적으로 200곳이 넘고, 이들의 보유자산 규모는 무려 9조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주 농협CA자산운용, 미래에셋, 알리안츠, SH자산운용 등 8개사가 처음으로 사회책임투자를 선언했습니다.
 
착해서 잘 나가는 기업의 경우나 세계적 사회책임투자 열풍은 도덕과 돈이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영혼이 있는 기업이 승리한다는 진실을 가르쳐 줍니다. 결점까지 스스로 치유하는 '깨어있는 자본주의'의 희망을 제시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