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델파이 대타협과 현대차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6.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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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업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극한 대립만을 거듭해왔던 미국 자동차업계와 노조가 회생을 위한 화합을 선택했다.

변화의 시발점은 파산 보호를 신청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델파이와 막강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대타협'이다.

UAW는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장매각, 임금삭감, 조기퇴직 등 손해를 감수한 대타협을 이뤄냈다.



델파이와 UAW의 합의는 다음달 23일부터 열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과의 산별 교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런데 국내로 눈을 돌려 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현대자동차 노조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를 위해 곧 정치파업에 들어간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는 지금 '값싼 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한단계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의 사례에서 보듯이, 노사 화합과 노동력의 질 향상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제품 경쟁력에다가, 엔화 약세의 수혜까지 받으면서 약진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자동차 업체들은 '값싼 차'를 내세워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계속 집안 싸움에 시간을 낭비한다면 델파이 꼴이 나지 말란 법도 없다. 델파이처럼 파산 위기가 닥칠 정도가 돼야 정신 차릴까. 미국 자동차 업계가 일본 업체들에게 밀리듯이 현대차가 중국과 인도 자동차 업체들에게 눌릴 때가 돼야 할까.


델파이와 UAW의 합의안에는 '한때 모기업이었던 GM에 일자리가 날 경우 다시 복직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우자동차가 2001년 정리해고한 직원들을 지난해초 복직시켰을 때, 그들의 환한 웃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현대차에게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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