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1700시대에도 선풍기는 돈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7.06.1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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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무더위·이사·난방 관련주 계절 수혜 미미

"1700시대에도 선풍기는 돌아가는 것 아니었나요?"

해마다 계절 수혜주에 대한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봐 왔다는 개인투자자 A씨는 올해도 일찌감치 대표적인 여름 수혜주로 꼽히는 B선풍기 제조업체의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여름의 문턱이면 의례 여름 수혜주가 한번씩 각광을 받기 마련인데요. 올해는 무더위보다 먼저 찾아 온 가치주 랠리 앞에 정작 여름 수혜주는 이렇다할 미동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A씨가 샀다는 B기업의 경우, 주가가 연초에 비해 소폭 오르긴 했지만 지난 3월 연중 고점을 기록한 이후 기온의 상승과는 관계없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B기업과 함께 대표적인 여름 수혜주로 알려진 모 빙과업체도 주가는 연초 대비 제자리 걸음입니다.

덕분에 A씨처럼 여름 수혜주를 미리 산 투자자들은 꼼짝 않는 주가와 물려버린 투자금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연일 랠리 중인 주가지수만 쓸쓸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인데요.



A씨는 "주변에서 왜 그런 걸 사냐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여름이면 에어컨과 선풍기 수요가 느는 것은 당연지사고, 또 매년 좀 재미를 봐 왔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투자했다"며 "올해는 주가가 강세를 보이길래 수익률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해 투자규모를 늘렸는데 오히려 손실만 커져 답답하다"고 한숨을 지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주식 시장에 입문했다는 초보 투자자 C씨도 A씨와 비슷한 이유로 B기업의 주식을 샀다가 첫 손절매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C씨는 "나름대로 처음으로 투자하는 종목이라 차트 등을 꼼꼼히 분석했다"며 "지난 3년간 여름이 가까워 오면 꼬박꼬박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올랐었는데 올해는 영 움직임이 없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증권가에는 계절이 변할 때마다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이 있습니다. 봄철의 황사 관련주, 여름철의 무더위 수혜주, 가을철의 이사 수혜주, 겨울철의 난방 관련주, 방학 특수주 등이 대표적인데요.


사실 이런 종류의 계절 수혜주의 경우,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기는 하지만 실제 그 수혜폭은 미미합니다. 여름에 빙과류가 많이 팔리긴 하지만 겨울에는 그만큼 덜 팔리기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 실적을 따져보면 기업 가치에는 특별한 변동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역시 1700시대에는 선풍기 대신 에어컨"이라고 마무리 하려다 보니 에어컨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는 않네요. 뻔한 계절 테마주들이 힘을 못쓰는 것을 보니 우리 증시의 체질이 바뀌고 있긴 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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