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그래도 애널리스트잖아요"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7.06.0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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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M&A 알박기·단타매매등 조장…"투자자·기업에 무책임한 분석"

"현 주가는 인수합병(M&A) 알박기가 가능한 가격대입니다"

최근 부동산 자금이 대거 증시로 흘러 들어왔다더니 이제 주식시장에서도 '알박기'가 가능해 진 것일까요. 국내 한 대형증권사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모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해 실적이 바닥을 확인한 만큼 장기투자를 전제로 한 알박기가 가능한 가격대라고 평가했습니다.

알박기란 재개발 예정지역에 땅을 미리 조금 사두었다가 나중에 개발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파는 부동산 투기 행위를 칭하는 말입니다.



물론 이 애널리스트가 문자 그대로 '투기하라'는 뜻으로 알박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업 가치나 성장성 대신 M&A 재료 등에 주목, '돈을 벌 수 있는 가격대다, 아니다'를 평가한 것 자체가 투기를 조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코스닥시장이 투기 바닥이라지만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까지 나서서 M&A 기대감으로 알박기 투자를 하라고 하는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애널리스트는 약 두 달전에도 특정업종을 지칭, '게임주로 돈버는 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요. 당시 게임주의 3가지 투자 법칙이라며 '게임서비스 시작 전에는 공격적으로 매매하라. 최고의 진입시점은 기대작의 베타서비스 일정이 공시됐을 때다', '기대작의 출시가 연기되면 무조건 매도하라', '보수적인 투자자는 상용화를 시작하는 분기에 투자하라' 등의 매매 전략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얼핏 보면 현실적인 매매전략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는' 기술로 중장기적인 투자를 고려한 전략이라 할 수 없습니다. 소위 '가치투자'와는 거리가 먼 단타 투자전략인 셈이지요.

이와 비슷한 일은 올 초에도 있었습니다. 일부 IT관련 애널리스트들이 LG필립스LCD(LPL)에 대해 구체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면서 '트레이딩 바이'를 추천했었는데요. 이들은 LPL의 실적이 좋지않고 향후 개선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므로 주가 추이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적절히 취하라고 입을 모았었습니다. 한 마디로 단타 매매를 통해 수익을 거두라는 이같은 조언은 투자자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 있어서도 무책임한 분석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정보량이 턱 없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등 극단적인 양상을 보일 때면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에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시장이 아무리 투기 바닥으로 돌아가더라도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건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제시하고, 바람직한 조언을 함으로 올바른 투자문화를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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