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외제차 병행수입 '논란'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2007.06.0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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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값 하락, 소비자 이득" "AS 문제시 브랜드 이미지 타격"

SK네트웍스 (4,860원 ▼15 -0.31%)의 외제차 병행 수입(그레이 마켓)으로 차값이 크게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값싼 병행수입차가 들어올 경우 정식 수입차 판매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애프터 서비스 등이 부실해질 경우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측은 병행 수입을 검토하는 단계일 뿐 아직 사업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입차업계, 사후 관리 문제점 우려 = SK네트웍스측의 해명과 달리 수입차업계는 SK네트웍스의 병행 수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미 SK네트웍스의 고위 임원이 미국을 방문, 현지 메가 딜러를 만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은 고객 관리나 AS의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브랜드가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레이마켓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애프터서비스.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구입할 경우 일정 기간 쓸 수 있는 무상수리 쿠폰을 주거나 제조업체가 직접 보상수리 약정서(워런트)를 주지만 병행수입업체(그레이 임포터)에는 이를 기대할수 없다.

특히 그레이 마켓에서 유통되는 차량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십년간 쌓아온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SK네트웍스측은 이에 대해 자동차정비망인 '스피드 메이트' 등을 보유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미 포드가 스피드 메이트를 이용한 정비 서비스망 구축을 요청했었다"며 "복합 매장을 통해 차량판매와 AS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는데, 병행수입 방식으로 들여온 차량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차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전자부품이 많은 고급 외제차의 정비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을 품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고급차에는 전자부품이 많이 탑재되고 있어 이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특수 전용 진단 장비나 AS 도구가 필요한데 SK네트웍스가 각 브랜드별 장비들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통경로 미확인 차량 보증안돼 = 특히 수입차 업계에 따르며 한번도 주행하지 않은 차라도 해외에서 일단 등록된 차량의 경우 중고차로 수입된다고 한다. 또 미국의 메가딜러를 통해 수입된 차라도 유통 경로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차량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수입차 관계자는 "유통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차는 아무리 신차라도 본사의 공식적인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BMW와 벤츠 등은 공식 수입차량에 한해 출시 이후 3~5년 정도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병행 수입차의 경우 국내 실정에 맞는 옵션이 장착되지 않은채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BMW의 경우 차량내 각종 지시어를 한글로 표시하고 모니터가 장착된 전 모델에 한글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있지만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그레이 임포터 사업은 가격은 떨어뜨릴 수 있지만 정비 등 서비스 부문에서 문제점이 많다"며 "일본에서도 실패한 모델이 되고 있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인 SK네트웍스가 정식 수입도 아닌 그레이 임포터를 하겠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수입차 공식 딜러 자격으로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푸조, 인피니티, 크라이슬러 등 6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앞서 3년전 SK네트웍스는 벤츠 딜러십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적이 있다.

◇그래도 싼게 좋아 = 한편으로는 그레이마켓에서 유통되는 차량들이 AS 등에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세금과 인증비용을 다 물고도 공식 수입업체보다 10~20% 싸다는 점을 들어 수입차의 가격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순기능도 기대된다.

현재 국내 수입차 판매가격은 해외 자동차메이커의 한국법인인 임포터들이 결정하며 딜러들은 임포터들이 정한 차값에 15% 안팎의 수수료를 붙여 판매를 대행해주고 있다.



병행수입이 이뤄지면 임포터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단순해져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현재 공식 딜러들이 2억660만원에 파는 벤츠 S500의 경우 병행 수입업자들은 1억5000만~1억7000만원에 팔고 있다. 1억3680만원짜리 아우디 A8 4.2나 1억3000만원하는 렉서스 LS460은 1억원에 팔리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병행 수입을 검토하는 것은 수익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궁극적으로 가격 인하를 통한 소비자 이익 확대는 물론이고 중국에 진출한 스피드메이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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