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잡스 세기의 만남 무슨말 나눴나

김유림 기자 2007.05.3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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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iphone)에 장착된 구글맵은 웹상의 구글맵보다 훨씬 낫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앞으로 PC는 더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것이다" (빌 게이츠 MS 회장)

세계 IT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빌 게이츠 MS 회장과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 두 거장이 진단하는 IT의 미래는 이처럼 사뭇 달랐다.



이들은 30일(현지시간) 저녁 7시 15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칼즈배드에서 열린 'D…디지털의 모든 것(D…All Things Digital)' 콘퍼런스' 메인 이벤트로 열린 공개대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이 공개석상에서 동시에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잡스 CEO는 '모바일'에 초점을 두었다. 예컨대 모바일상의 구글맵은 인터넷상의 구글맵과 달리 이용자가 움직이는 지역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잡스 CEO가 강조하는 IT의 방향은 모바일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게이츠 회장은 PC가 다른 매체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기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이츠 회장은 "모바일은 크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휴대폰으로 보고서를 만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IT 발전의 기반이 여전히 PC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MS는 이날 '서피스 컴퓨팅(surface computing)' 개념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Microsoft Surface)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MS가 지난 6년간 준비해 온 야심작으로 마우스나 키보드 없이 그냥 테이블 형태의 컴퓨터를 누르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애플은 유튜브 영상을 일반 TV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이달 중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잡스 CEO는 "애플 셋톱박스를 통해 유튜브 영상을 일반 TV로 검색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이달 중순께 선보일 것"이라면서 "매주 검색 가능한 유튜브 콘텐츠를 늘려 연내 100% 검색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5년 뒤에 유행할 제품'과 관련해서도 견해차이를 보였다. 게이츠 회장은 "태블릿PC에 이어 팜PC가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잡스 CEO는 "여전히 PC가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포스트PC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서로를 칭찬하는데도 인색하지 않았다. 잡스 CEO는 "빌은 산업계에서 최초로 소프트웨어 회사를 세웠다"면서 "누구보다도 먼저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고 게이츠 회장을 치켜세웠다.

이에 게이츠 회장은 잡스 CEO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취향과 우아함'을 갖춘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스티브가 이룩한 일은 매우 경이로웠다"고 화답했다.

청중 가운데 한 명이 "서로에게 배운 게 무엇인가"는 질문을 던지자 게이츠 회장은 "그(잡스)의 일처리 방식은 다르다. 매혹적이다"라고 극찬했다. 잡스 CEO는 MS의 제휴능력을 꼽으면서 "그들은 진짜 뛰어난 사람들과 어떻게 손을 잡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면서 "만약 애플이 DNA에 그런 장점을 조금 더 갖고 있었다면 정말로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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