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매출 85배, 아름다운 성장"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7.05.2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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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사회적벤처를 찾아서]<1-1>아름다운가게 성공비결

130여년 된 한옥이 푸른 하늘로 버선코 같이 우아한 처마를 뻗쳤다. 그 아래서 탤런트 전인화씨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손님들과 인사를 나눈다. 배우 손숙씨는 한 사람을 이끌어 다른 이에게 소개한다.

뜰 주변으로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웠다. 그 아래서 워릭 모리스 주한영국대사 부부, 폴 리차드스 한국존슨 사장, 팀 옥스 유니레버코리아 사장이 형형색색으로 차려 입은 각국 대사 부인들과 담소를 나눈다.



뜰 안엔 눈 부시게 흰 천을 덮은 원형 탁자 10여개가 놓여 있다. 그 앞으로 박원순 변호사, 신낙균 새천년민주당 부대표, 김원웅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의 모습이 보인다. 22일 오전, 서울시 가회동 윤보선 고택의 풍경이다.

↑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가 배우 전인화씨에게 '나마스테, 갠지스' 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했다. 이 위촉패는 군용폭약상자를 잘라 만들었다. ⓒ홍기원 기자↑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가 배우 전인화씨에게 '나마스테, 갠지스' 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했다. 이 위촉패는 군용폭약상자를 잘라 만들었다. ⓒ홍기원 기자


◇성공포인트1 각계각층의 기부와 지원=상류층의 브런치 파티? 아니다. 아름다운가게(이사장 이해동, www.beautifulstore.org)의 새로운 자선사업 '나마스테, 갠지스'의 론칭 행사다. 이 사업은 한국에서 기증품을 팔거나 기부 받은 자금으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수해 다발 지역을 돕는다.



이 사업의 론칭행사 자체에도 수많은 기부와 자원봉사의 손길이 모였다. 윤상구 동서코퍼레이션 대표는 자신의 아름다운 저택을 행사장으로 무상제공했다. 그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행사장 근처 헌법재판소, 하나은행, 안동교회는 주차장을 공짜로 빌려줬다.

점심식사에 제공된 와인은 두산이, 참여자를 위한 떡 선물은 ㈜토골미가 기증했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행사진행자로 자신의 전문성을 기부했다. 행사 기획을 위해선 노희정 PD가, 축하공연을 위해선 소프라노 정병화씨가 봉사했다.

우리나라의 어떤 기관이 이 정도의 지원을 무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게다가 이 곳은 매출성장세까지 가파르다. 2002년 설립 이래 그동안 총 2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첫해에 약 1억원이던 매출은 2003년 16억원, 2004년 49억원, 2005년엔 66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85억원의 매출을 냈다.


아름다운가게의 성장엔진은 뭐니뭐니해도 기증과 자원봉사다. 기증물품수는 2002년 10만점에서 2006년 600만점으로, 자원봉사자 수는 300만명에서 4100여명으로 늘었다. 가게가 번창하면서 올해 점포수는 75개, 직원은 180명으로 늘어났다.

이승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아름다운가게 모형은 획기적인 네트워크형 사회적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이 모형은 이해관계자와 참여자에게 들인 노력에 비해 훨씬 더 큰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하루 봉사하러 가기, 집에 남는 옷 버리고 새옷 살 기회 주기, 제품을 싸게 살 기회 주기 등등."
"4년새 매출 85배, 아름다운 성장"
◇성공포인트2 높은 브랜드파워=높은 브랜드파워는 성장에 지렛대가 되어줬다. 이 교수는 "재고물품이나 매장을 기증한 기업들은 사회공헌도 하고 언론에도 보도가 잘 되니 효과가 두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의 '사회적기업 평가툴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 교수는 지난해 아름다운가게의 투자 대비 사회적 효과(SROI)가 4.4%라고 분석했다. 투자 대비 재무적 효과(ROI)도 3.03%로 여느 기업 부럽지 않았다. 여기서는 기부가 투자다.

물품을 기증 받아 판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델은 사실 아름다운가게가 원조는 아니다. 원조로 꼽히는 곳은 영국의 '옥스팜www.oxfam.org)'이다. 이 곳은 1942년 기아, 빈곤퇴치를 위해 영국 옥스퍼드 지방에서 설립됐다.

가장 큰 단체는 미국의 '굿윌인더스트리(www.goodwill.org)'다. 우리에겐 자선남비로 유명한 구세군이 미국에선 이 곳을 통해 기증물품을 팔아 기금을 모은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소외층을 채용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세 곳 모두 높은 브랜드파워가 '효자'다. 지난해 옥스팜은 기부선물상품인 '언랩드(Unwrapped)' 프로젝트 하나로 1400만파운드, 우리돈 256억6000여만원을 모았다. 물건 대신 기부를 선물한다는 아이디어는 원래 다른 단체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대중의 호응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옥스팜의 브랜드파워와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다.

↑스티븐 하비 옥스팜 뉴프로덕트매니저(왼쪽)와 박원순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홍기원 기자↑스티븐 하비 옥스팜 뉴프로덕트매니저(왼쪽)와 박원순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홍기원 기자
이런 옥스팜이 한국의 아름다운가게와 손 잡았다. '나마스테, 갠지스' 사업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스티븐 하비 옥스팜 뉴프로덕트매니저는 "아름다운가게의 성장속도는 놀랍다"며 "이번 제휴를 통해 아름다운가게의 성장동력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2005년 이후 아시아에 쓰나미, 지진 등 재난이 일어났을 때 해당지역을 지원하면서 좀더 체계적으로 근본적으로 도울 길을 고민했다"며 "그런 점에서 옥스팜과 공동사업은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아름다운가게가 올해 이 사업을 위해 모금하고자 목표로 세운 금액은 2억여원. 그는 이 사업으로 갠지스강 유역 20만여명의 생존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름다운가게, 옥스팜은 기업처럼 영업행위를 하지만 자선단체나 시민단체처럼 사회적, 환경적 이로움을 추구한다. 워릭 모리스 주한영국대사는 "에너지고갈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재사용, 재활용에 더 힘써야 한다"며 두 단체를 치하했다.

◇부가가치세법 등 관련법 정비 필요=하지만 영국의 손님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가게는 영국 옥스팜과 달리 세금 감면 등 정부 지원 없이 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 5년 동안 아름다운가게는 217억원 매출 중 25억원을 부가가치세로 냈다. 자선사업에는 40억여원을 썼다.
↑아름다운가게 안국점<br>
ⓒ아름다운가게↑아름다운가게 안국점
ⓒ아름다운가게
김광민 아름다운가게 간사는 "어떤 분들은 지난해 매출을 85억원이나 내고도 왜 나눔 사업엔 19억원밖에 쓰지 못했냐고 물으신다"며 "매출 중 10%는 세금으로, 50~60%는 임대료와 물류비 등 운영비로 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승규 교수는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물품을 팔면서 원가계산 없이 판매액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를 내기 때문에 매출액 대비 세금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사회적기업 모델이 앞으로 사회적, 경제적인 성과를 더 높이려면 관련법제를 고치고 경영체제를 더 프로답게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출의 11.5%..사회적기업 세금에 허리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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