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페그제 폐지, 도미노 되나

머니투데이 김능현 기자 2007.05.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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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기축통화로 간주되던 미국 달러화의 지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쿠웨이트가 달러 페그제를 폐지한 것은 달러화 지위 하락의 상징적 사건이라며 달러화에 자국 통화를 연동시키고 있는 중동과 남미 국가들도 쿠웨이트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는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고 자국 통화인 디나르를 복수 국가의 통화에 연동시키는 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쿠웨이트가 자국 통화인 디나르의 달러화 연동을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다. 최근 쿠웨이트의 물가상승률은 4%를 넘어섰다. 달러화 약세가 곧바로 디나르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수입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환율제도 변경으로 디나르가 달러화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쿠웨이트의 통화 바스켓에서 달러화는 약 75~8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아직까지 달러화 이탈 현상이 대세를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달러 약세가 현 추세대로 지속될 경우 달러화 페그제를 폐지하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등 페그제 유지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유가상승으로 막대한 양의 오일 달러가 유입되면서 중동 산유국의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걸프 지역으로 유입된 오일 달러는 4년전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했다.

골드만 삭스 통화 전략가인 젠스 노드비스는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환율 유연성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은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경우 미국 경제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긍적적인 면은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 중동, 남미 등 자국 통화를 달러에 연동시킨 국가들의 통화가 달러에 대해 절상되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가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환율 유연성을 줄곧 강조해 온 것도 약달러를 통한 무역수지 적자해소를 위해서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미국 국채 등 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감소가 거론된다. 이 경우 국채금리가 상승해 미국 경기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저널은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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