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사의 '억지'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7.05.1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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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證 등 일부, e펀드 내놓으면서 운용보수 깎아 물의

판매사들이 보수를 대폭 낮춘 온라인펀드를 내놓으면서 자산운용사의 운용보수를 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펀드는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가입하기 때문에 판매보수가 적어 전체 펀드 보수도 낮아진다. 하지만 일부 판매사들이 판매 비용과 상관없는 운용보수까지 낮출 것을 강요해 자산운용사들의 볼멘 소리가 늘고 있다.

1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온라인펀드의 평균 보수는 1.22%로 일반 주식형펀드의 총 보수 2.50%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떼이는 돈이 적으면 수익률도 올라갈 수 있어 투자자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돈을 굴리는 댓가로 받는 운용보수를 지나치게 낮출 경우 펀드 수익률에 직결되는 운용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예컨대 대우증권의 온라인 전용 펀드로 내놓은 '차세대 e-Fun 인덱스주식형펀드'의 총 보수는 0.29%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이 중 판매보수 0.1%, 운용보수 0.15%, 사무보수 0.04%로 나뉜다. 하지만 이 펀드의 운용보수 0.15%는 인덱스펀드의 평균 운용보수 0.3% 수준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증권사가 전체 보수를 무리하게 낮추기 위해 운용보수에까지 손을 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부해오름 인덱스알파파생클래스A'와 교보 파워인덱스파생상품1-E'의 운용보수도 각각 0.15%로 마찬가지 경우다. 반면 키움증권에서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멀티클래스펀드(기존 펀드에 수수료체계를 달리한 하위펀드)인 'KTB글로벌스타'와 '세이고배당주식'은 기존 펀드와 운용보수가 같은 대신 판매보수를 크게 낮춰 총 보수가 각각 0.92%, 0.994%로 절반 이상 싸게 내놨다.



한 자산운용사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펀드 운용은 판매를 어떻게 했는지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운용 보수가 낮아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펀드 운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운용보수가 0.15%면 100억원을 1년 운용해야 기껏 1500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라며 "결국 펀드매니저들도 수익이 안 되기 때문에 운용에 신경이 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측은 인덱스펀드의 종목선정 기준 등 상품개발을 주도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의 부담을 최소화시켜 운용보수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진묵 대우증권 상품개발마케팅부장은 "보수가 가장 저렴한 펀드를 내놓으려면 판매 보수만 낮추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산운용사에게 운용보수를 낮출 것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보수가 낮다고 해서 운용에 신경을 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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