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참사 악용 도메인 선점 기승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05.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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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텍 참사 악용 도메인 선점 기승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한 지 한달째로 접어들면서 사건을 이용한 도메인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발빠른 네티즌들은 버지니아텍 총기 사고를 연상케 하는 도메인을 10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등록한 뒤 수천달러에 팔면서 약삭 빠른 상혼을 발휘하고 있다.

도메인 중에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이용된 것도 있어 유가족과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10일 AP통신에 따르면 프레드 맥체스니라는 네티즌은 '캠퍼스킬링닷컴(CampusKillings.com)', '버지니아텍머더닷컴(VirginiaTechMurders.com)', '슬로터인버지니아닷컴(SlaughterInVirginia.com)' 등의 도메인을 판매하고 있다.

이 네티즌은 "나 역시 어렸을 적 BB탄을 맞고 피해를 본 경험 때문에 총기규제를 강력히 원하는 입장"이라면서 총기 규제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나 기업에 도메인을 팔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지니아텍 학생회에 도메인 한 개를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자신이 등록한 '버지니아텍무비닷컴' 등의 도메인은 기업에 판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매물로 나온 도메인 중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이용한 것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건 직후 희생자들의 이름이 알려지자 마자 이들의 이름을 재빨리 등록한 것이다.

버지니아텍의 학생회 대변인은 이에 대해 "누군가 이런 참사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도메인 중개 사이트 중 일부는 이런 도메인을 매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판매 사이트인 세도닷컴의 제레미아 존스톤은 "버지니아텍 희생자는 물론 연상케 하는 도메인 조차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메인명을 관리하고 있는 비영리 국제기구 ICAAN에 따르면 이를 규제할 만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도메인 불법 선점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구제 조치는 일부 유명 인사 혹은 트레이드마크 등에만 한정된다.



관련 연방법 역시 희생자들이 유명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막을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의 앤 바토우 교수는 "부끄러운 짓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인터넷 도메인명 선점)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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