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결제도 쉽게! 뉴욕에서본 '선진카드문화'

뉴욕(미국)=반준환 기자 2007.05.0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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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천차만별… 요율 높낮이보다 '기준의 합리성' 강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소 자영업자들이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미용실, 음식업, 귀금속 판매, 서점 등 중소 가맹점들이 가세하면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마트, 할인점 등에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면서 중소 상공인에게 3~4%대 가맹점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실질적인 가맹점 수수료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선 가맹점 수수료가 높은 곳은 부실거래가 많거나 사치상품, 카드깡 등이 많은 곳이며 우량한 업체는 수수료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란 주장이었다. 영세사업자는 고정비가 많은 5만원 이하의 소액결제가 많아 요율이 높아보인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후 잠시 조용하다 해외카드사들의 수수료율이 국내보다 크게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민노당은 △호주 0.99% △유럽연합(EU) 1.19% △미국 2.10%인데 한국은 음식업, 미용업, 서점, 귀금속, 의류, 안경 등 자영업자에게 2.7~4%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신용카드관련 컨설팅업체인 스트래티직워크그룹의 네비 셈 어도건 <br>
대표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미국 신용카드 가맹수수료 산정체계를 <br>
설명하고 있다.↑미국 신용카드관련 컨설팅업체인 스트래티직워크그룹의 네비 셈 어도건
대표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미국 신용카드 가맹수수료 산정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이들 나라는 한국과 수수료체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해외는 카드 발급사, 매입사, 가맹점, 고객 '4당사자'가 있는데 한국은 발급사와 매입사가 한데 합쳐진 '3당사자' 체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가맹점 수수료를 산정할 때 발급사분까지 합산되는데 인용된 해외사례에는 매입사 수수료만 산정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준으로 하면 △미국 2.22% △호주 2.26% △EU 2.90% 등으로 변경된다는 지적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합리적 판단의 실마리를 찾고자 신용카드가 세계 최초로 도입돼 실용화된 나라이자 카드결제문화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을 방문, 그들의 카드문화를 엿봤다.

◇소액까지 편리하게 카드로=신용카드가 등장한 것은 1950년 미국에서 다이너스클럽 카드가 나오면서부터다. 유명한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가 뉴욕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지갑이 없어 계산을 하지 못해 낭패를 겪은 일을 계기로 현금 없는 결제방식이 나왔다.


 이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BOA 체이스맨해튼 등이 본격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소비자금융이 활성화됐다. 미국에서는 소비자 1명이 7~8개 신용카드를 소지하는 것이 흔할 정도로 카드가 미국인의 일부지만 그렇다고 미국 은행 등이 아무에게나 카드를 발급해주지는 않는다. 신용도와 거래실적을 따져 깐깐하게 발급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많이 보유한 것이 신용불량이 아니라 신용의 상징으로 소비처에서 통한다.

신용카드 소비문화가 활성화된 만큼 가맹점에서도 카드는 필수 결제수단으로 활용된다. 일례로 한국에서는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는 거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3~4평의 작은 매장에서도 신용카드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지 뉴욕 맨해튼 인근 음료매장을 방문해봤다.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커피 등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료를 팔고 있었는데 3달러짜리 스무디 2잔을 주문하고 갖고 있던 비자카드를 내밀었다. 한국 같았으면 대번에 거절당했을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점원은 6달러(원화 5500원가량)를 바로 결제하고 서명을 부탁했다. 주인에게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문제 때문에 취재를 왔다고 설명하고 수수료 계약서를 볼 수 있었다.

해당 매장은 비자·마스타카드를 기준으로 △결제수수료(신용카드 1.67%, 체크카드 1.46%) △거래비용(Transaction Fee) 결제 건당 20센트 △일일 결제수수료(Daily Batch Fee) 29센트 △월 회비(Monthly Fee) 7달러95센트 △시스템 사용료(Application) 수수료 50달러 △카드단말기 리스료 월 26달러95센트 등을 낸다. 물론 거래규모가 커지면 수수료는 더 낮아진다.

◇미국 신용카드 운영구조=미국의 경우 결제과정에 모두 4자의 이해 당사자가 있다. 우선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정산수수료, 이자수입을 받는 발급사가 있다. 다음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소비자, 카드결제를 받는 가맹점이 추가된다. 마지막으로 가맹점에서 결제된 카드전표를 수거하고 매입하는 매입사가 있다. 매입사는 수만곳의 가맹점을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프로세싱회사(한국의 VAN업체)에 위탁하기도 한다.



소비자를 제외한 당사자들은 역할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발급사의 몫은 결제수수료고 매입사는 거래비용·일일 결제수수료, 프로세싱업체는 나머지를 받는다. 한국 기준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계산해봤다. 한국은 발급사와 매입업무를 같이 하니 기자처럼 6달러를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1.67%(결제수수료)인 10센트와 거래비용인 20센트가 기본으로 붙는다. 수수료율은 5% 이상이다. 여기에 일일 결제수수료가 추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요율은 더욱 올라간다.

◇"미국에서 문제는 요율 높이가 아닌 기준의 명확성"=수수료가 높지 않냐는 질문에 주인은 "신용카드는 사회 인프라고, 가맹점은 그를 이용하는 만큼 비용을 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수수료율은 가맹점의 규모와 신용도, 매출액, 건당 결제액 규모에 따라 변화하는데 불합리한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요율이 높고 낮음이 아니라 기준이 명확한가 아닌가 그리고 카드사들이 담합했느냐 아니냐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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