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인정을 받으려면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7.05.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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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유홍준 제이티 대표

세상의 인정을 받으려면


"세상은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세상은 네가 뭔가를 성취해 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빌 게이츠의 말이다.

사실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만족은 그리 중요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만족해야 한다. 유홍준(51) 제이티 대표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가치는 남이 인정해 줄 때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세상에 내놓는 물건 때문에 창피 당하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합니다."

# 진화



유 대표는 삼성전자의 자동화장비 개발팀장 출신이다. 이후 반도체 장비업체에서 개발부장과 공장장으로 일하다 1990년 독립했다. "제가 돈이 많아서 창업한 건 아닙니다. 은행 대출 20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메카트로닉스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나를 써 줄 수 있는 인맥을 자본으로 삼았습니다."

유 대표는 96년 '번인 소터(Burn-In Sorter)' 장비를 국산화해 과학기술처로부터 장영실상을 받았다. 번인 소터란 검사를 위해 열이 가해진 반도체 칩 가운데 양품과 불량품을 선별해주는 장비다. 제이티는 이 분야에선 국내 최고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모두 제이티의 장비를 쓴다.

"우리 회사가 진화하지 못했다면 이미 없어졌을 지도 모릅니다. 남을 따라가는 2등 제품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반도체 공정의 발전을 미리 내다보고 그에 맞는 장비를 늘 먼저 개발해 나갔습니다. 저는 자동화 장비에서만 25년간 일했고 지금도 개발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든 개발과정에 대해 낱낱이 이해하고 있지요."


그 덕분일까. 제이티는 창업 이후 16년간 적자를 본 일이 없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윤'때문입니다. 적자를 낼 바엔 아예 스스로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시장이 어떤 기술에 돈을 내는 지에 대해 항상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희가 파는 건 장비가 아닙니다. 특허와 축적된 기술을 팝니다. 그리고 우리 이름을 팝니다."

# 비전



"개발팀장, 당신은 이 측정장비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나?"
"…"
"이 사람아, 당신이 명확하게 개념이 잡혀 있지 않는데 어떻게 고객들을 설득할 수 있고, 시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겠나."

며칠전 아침, '비전 인스펙션' 장비 개발실의 풍경이다. 비전 인스팩션이란 정밀 카메라나 현미경을 통해 반도체 칩의 상태를 측정하는 장비를 말한다. 유 대표가 유망하다고 보고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품목이다.

"물론 비전 인스펙션에서도 이미 다수의 특허를 갖고 있습니다. 시장의 요구가 나오는 대로 바로 대응할 나갈 겁니다. 그렇다 해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공부해 시장이 요구하는 지식(특허)을 계속 확보해 둬야 합니다. 저희는 특허 출원 관련 비용만도 연 평균 1억원씩 지불합니다."



제이티는 지난해 10월 상장했다. "상장은 진정한 기업화의 초기 단계일 뿐입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 매출 1조원대의 세계적인 종합 장비 메이커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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