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발행 경제적 효과는

머니투데이 강종구 기자 2007.05.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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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주조차익 연 1700억원..수표 발행 비용 2800억 절감

10만원권과 5만원권 등 고액권이 발행될 경우 금융권과 국민 모두가 유ㆍ무형의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발행 당사자인 한국은행이 최대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국내 유일 화폐발행기관으로서 갖는 고유의 수익창출원인 화폐주조차익(시뇨리지)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폐발행과 통안채발행은 똑같이 한은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통안채를 발행할 경우에는 연 5%(4월말 현재 통안증권 1년만기 금리는 5.09%)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지만 화폐를 발행할 경우에는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된다.



고액권 발행되면 연간 9억5000만장이 유통되는 자기앞수표를 완전히 대체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한은이 얻는 시뇨리지는 연간 1700억~18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자기앞수표를 발행하는 시중은행은 그에 상당하는 현금을 별단예금으로 보유한다. 그러나 고액권이 10만원권 수표를 100% 대체하게 되면 별단예금으로 묶인 현금이 시중에 풀리고 은행은 그만큼의 지준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시중은행은 지준을 더 쌓아야 하는데, 이 경우 한은은 그만큼 통안증권을 덜 발행해도 된다. 10만원권 자기앞 수표 수명이 평균 13.5일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9.5억장×10만원×13.5일÷356일'로 계산해 3조5000억원 정도의 통안채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 통안채 금리로 연 5%를 가정하면 1750억원 정도의 이자를 절감하게 된다.

물론 한은이 누리게되는 주조차익은 향후 금리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한은의 이익은 더 커진다. 10만원권 뿐 아니라 100만원권 등 다른 정액 자기앞수표가 고액권으로 일부 대체될 경우도 한은의 주조차익이 늘어난다.

고액권이 현용 1만원권을 40% 정도 대체하게 될 것으로 전망돼 이로 인해 주조비용 절감으로 늘어나는 시뇨리지와 금융권까지 포함한 전체 화폐 관리비용까지 포함해 약 4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의 제조 및 취급에 들어갔던 연간 2800억원 가량을 줄일 수 있다. 2년전까지만 해도 연간 4000억원까지 추산됐던 비용이 장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낮아졌다.

10만원권 수표를 발행하면서 한국은행 대신 챙겼을 주조차익을 감안해야 하지만, 10만원권 자기앞 수표는 은행들 사이에서도 워낙 `돈이 안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온 터라 고액권으로 대체된다면 은행으로서도 반길 일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수표를 사용하면서 겪었던 불편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상거래시 수표를 낼 때마다 이서를 해야 하는 부담도 없고, 위조수표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덜 수 있다. 지난해 자기앞수표의 사고와 위변조 규모는 7만6537장에 달했다.

그러나 새로운 부작용과 비용부담도 생긴다. 고액권 사용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CDㆍATM 등 현금취급기기를 개조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얼마가 들지 추정하기 어렵다.

발행 초기에는 다른 은행권과 혼동으로 인한 혼란도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고액권 위조지폐가 확산될 경우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기존 위조지폐에 비해 클 수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고액권 발행으로 무자료거래와 음성적 탈루가 더 쉬워지고 뇌물수수 단위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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