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인물, '李씨 조선남자' 벗어날까

머니투데이 강종구 기자 2007.05.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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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유력…정약용·장영실·신사임당·유관순 등 후보될 듯

10만원권, 5만원권 고액권을 구경하려면 앞으로 2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실물을 보기 전에라도 어떤 외모로 탄생할지 상상을 해 볼 수는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고액권에 앞면에 초상이 들어갈 인물. 후보가 워낙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최근에도 한국은행 게시판에는 새로운 후보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관전 포인트중 하나는 `이(李)씨 성(性)을 가진 조선시대 남자`에서 탈피할 지 여부. 공교롭게도 현용 은행권의 초상인물은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등 모두 조선시대 사람으로 성씨가 이씨이며, 남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화중 인물을 주 소재로 쓴 100원짜리 동전에도 역시 조선 남자인 이순신 장군의 초상이 사용되고 있다. 또 지난 60년 새 1000원권에 세종대왕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인물이 들어간 모든 화폐를 장식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이씨다.



한은은 지난 2004년까지 새 은행권 및 고액권 발행, 화폐액면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동시 추진하면서 초상인물의 대대적 변경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한은이 모든 은행권의 도안을 바꾸었지만 이해관계가 워낙 광범위하고 복잡해 인물만큼은 결국 손대지 못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2일 "고액권에 들어갈 초상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인물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번의 여론조사가 있어 나올만한 인물은 다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를 대상으로 2~3명으로 압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고액권 초상인물로 가장 많이 거론됐던 인물은 백범 김구. 한은도 한때 10만원권에 백범의 초상을 쓰기로 내정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한 포털의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 이상의 지지로 1위에 오른 적이 있어 가장 강력한 후보다.


백범 김구 외에 유력한 인물로는 다산 정약용과 신사임당을 들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한은이 10만원권엔 김구과 함께 5만원권 초상 후보로 선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성이 선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율곡 이이 대신 5000원권 초상으로 쓰일 가능성이 점쳐졌던 신사임당이 재부각될 수 있다.

김구-정약용-신사임당 3인중 2인 경쟁 구도를 위협하는 인물로는 광개토대왕, 장영실, 유관순을 들 수 있다. 광개토대왕은 역사상 최대의 영토확장을 일구어낸데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지지도가 높아졌고, 장영실은 우리나라 과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얻고 있다.



유관순은 독립운동가이면서 여성으로서 신사임당과 견줄만한 인지도를 지녔다는 점이 장점이다. 율곡 이이의 초상이 5000원권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 신사임당이 채택될 경우 모자가 함께 화폐 인물로 쓰이게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에서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바탕색(기조색)은 5만원권은 따뜻한 색 계열로, 10만원권은 차가운 색 계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새 1000원권은 청색, 새 5000원구너은 적황색, 새 1만원권은 녹색 등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이 교차하고 있는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

이에 따라 5만원권은 노란색이나 붉은 색 계통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고, 1만원권은 1만원권과 같은 녹색 계열이나 청보라색, 또는 회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의 크기는 이미 결정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새 은행권을 발행할 때 이미 고액권을 감안해 도안과 크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2004년까지 2년간에 걸쳐 가동됐던 태스크포스 결과에 바탕을 두고 새 은행권이 발행됐다고 볼 수 있고, 고액권 역시 그때 연구결과를 기초로 추가적인 발행 준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은행권은 세로가 모두 68mm로 동일해 고액권의 세로 길이 역시 68mm가 될 전망이다. 가로 길이는 1000원권이 136mm, 5000원권이 142mm, 1만원권이 148mm으로 각각 6mm씩 커지기 때문에 5만원권은 154mm, 10만원권은 160mm가 될 공산이 크다.



여기서 변수는 2만원권의 향후 도입 가능성. 우리나라엔 없지만 미국, 일본, 유럽지역 등은 20달러, 20유로, 2000엔 등 대부분 2단위 액면이 있어 한은이 2만원권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고액권의 길이는 더 길어질 여지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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