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식 카이스트 개혁 낙제점"-WSJ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7.05.0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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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플린식 카이스트 개혁 낙제점"-WSJ


대대적인 개혁을 위해 노벨상 수상자 러플린을 총장으로 영입했던 카이스트(KAIST)의 개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낙제점(F)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2004년 '새로운 카이스트'를 목표로 최초의 외국인 총장을 영입했다. 아직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한국은 노벨상 수상자에 열광하며 러플린 총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러플린은 과학계의 '거스 히딩크'로 불렸다.



카이스트 최초의 외국인 총장이었던 러플린은 한국이나 카이스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고 경영 능력도 부족했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타이틀만이 그에게 권위를 부여했다.

그는 △교양과목 확대 △법학부·의학부 준비 과정 도입 △영어 수업 확대 △등록금 인상 △교직원 성과급제 등 과감한 개혁을 구상했다. 러플린은 결국 카이스트를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으로 재탄생시키려 한 것이다.



러플린 총장은 자신의 구상을 교수를 비롯한 교직원들과 논의하기 위해 모임을 주최했다. 모임에서 교직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특히 등록금 인상 문제와 성과급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반발이 컸다.

윤준섭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쓰나미급 변화"라며 "근본부터 바꾸자는 것이냐"는 불만을 드러냈다. 박오옥 화학과 교수는 "한국은 인재가 최고 자산"이라며 "낮은 등록금이 인재들을 모집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해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

물론 일부 교직원들은 러플린의 개혁 구상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했다. 카이스트가 변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이들도 갑작스런 개혁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카이스트 이사회의 임 관 전(前) 이사회 의장은 "카이스트가 변해야 하는 건 맞지만 개혁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러플린의 개혁안은 결국 학내 구성원의 반발에 부딪혀 대폭 수정됐다. 표현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극심한 저항에 부딪쳤던 의제들은 아예 생략됐다.

개혁안에서 시작한 불협화음은 지속적으로 누적돼 이사회는 결국 지난해 3월 러플린 총장의 연임을 거부했다. 러플린은 지난해 7월까지 잔여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카이스트를 바꾸겠다던 그의 과감한 개혁 구상은 실패로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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