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주, '꾼'들만 벌고 대부분 쪽박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7.04.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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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천국<5>소문났을땐 작전세력 손털고 개인만 농락

불과 1주일전까지만 해도 L사는 올해 코스닥지수 상승의 1등 공신으로 대접받았다. 불과 100억원을 조금 넘던 시가총액이 6개월새 5000억원대로 치솟으며 코스닥 시가총액 17위까지 오르자 L사는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L사 외에도 지난해 4분기부터 급등을 시작한 종목들 중 10배 이상 폭등한 종목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불과 100억~200억원대의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1000억~2000억원대로 급등,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L사 작전세력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한 투자사가 전격 인수해 사명을 바꾼 F사의 경우도 지난해 10월 510원이었던 주가가 3월 하순 1만4900원까지 솟구쳤다. 이 사이 F사 시가총액은 144억원에서 4221억원까지 늘었다. F사의 사실상 계열사인 U사를 비롯해 H사, I사, J사 등 지난해 4분기부터 급등, 순식간에 몇천억원대의 시가총액 기업으로 변신했던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H사를 시작으로 해외자원개발 붐이 코스닥에 불면서 "기대감에 따른 주가상승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시각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기 시작했다.



2000년 IT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IT강국을 만드는데 일조했고, 2005년 황우석 박사 열풍으로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많은 바이오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게 이들 소수 투자자들의 논리다.

◇단기 급등주 대부분 제자리, 심지어 퇴출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들의 논리는 터무니없다. 묻지마 급등주에 수천, 수만명의 자금이 몇천억원씩 몰리지만 생산적인 곳에 투자되는 자금은 극히 일부다. 대부분 자금이 주가를 올리는데 쓰이고, 그 사이 작전세력은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챙기고 유유히 사라진다.


지난 2002년 1000억원대의 자금이 동원됐던 세우포리머(현 세우글로벌) 작전의 경우, 870원이던 주가를 8개월만에 1만원으로 올랐지만 회사와 일반 투자자 모두 엄청난 손실만 떠안은채 작전이 마무리 됐다.

당시 13일 연속 하한가 행진에 일부 미수주문을 냈던 투자자들은 반대매매조차 막혀버렸다. 물론 회사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2001년 24억원이던 순손실이 작전이 진행되던 2002년 6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사이 작전세력은 19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지난 2000년 국내에 인수후 개발(A&D)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시킨 최유신씨의 리타워텍은 주가가 200배 이상 상승, 코스닥 신기록을 세웠지만 바로 그해부터 주가조작설이 나오며 수직하락했다. 단기간 100배 가까이 폭등했던 정현준 게이트의 한국디지탈라인도 마찬가지. 두 종목은 모두 시장에서 퇴출됐다.

◇작전세력에 농락당하는 개인들

급등주, 특히 작전으로 의심받는 주식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두가지로 나뉜다. 당위론(작전을 응징해야 하다)과 욕망(나도 한몫 챙겨야 한다)이 맞물리곤 한다.



실제 작전주로 소문난 주식에 들어가 돈을 번 일반투자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총알받이로 쓰이고 있기 때문. 해당 주식을 움직이는 '주인'(작전 세력)을 의도를 앞질러 활용할 수 있는 개인들은 거의 없다.

"이게 작전주다"는 소문이 날 즈금엔 이미 주가는 상승한 뒤이고, 이때 들어가는 개인들은 꼼짝없이 당하곤 한다. 매수세가 모이는 바로 그 순간에 작전세력은 매도 타이밍을 잡는다. 개인들은 매번 반복되는 이 패턴에 끊임없이 혼란과 당혹, 그리고 손실을 거듭하고 있다. 냉정한 판단 대신 욕망이 앞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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