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실직자' 자격조건 강화해야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4.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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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피해지원 어떻게<4>-실업대책 효과 얻으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실직자 양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비상대책을 마련 중이다.

노동부가 주도하는 고용대책은 이달 중으로 한·미 FTA고용안정대책단을 구성하고, 하반기부터 고용지원센터에 FTA 신속지원팀을 꾸린다는 얼개만 나와있는 상태다. 노동부는 이달말 범 정부 차원의 산업계 피해 추산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늦어도 5월까지는 구체적인 FTA 고용피해 대책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FTA 실직자' 자격조건 강화해야


노동부가 구상하는 고용분야 피해대책의 핵심은 '전직 서비스 강화'와 '재취업 훈련 강화'로 집약된다. 한·미 FTA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실직자에게 다른 직종으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제도를 답습하는 방식의 지원대책으로는 FTA 실직자의 원활한 재취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한·미 FTA 특성에 맞는 특화된 내용의 '맞춤형' 대책과 부처 차원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땜질식'은 한계=현재 정부의 실업 및 고용대책은 '~지원금', '~장려금' 등 '당근'을 제시해서 취업문을 넓히거나 고용을 연장하는 방식 위주로 구성돼 있다. 각종 명목으로 사업주 또는 개인에게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40여개나 된다. 재원은 대부분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내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된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여러 형태의 다양한 지원 제도가 신설돼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고용지원서비스 체계만 놓고 봐서는 웬만한 선진국보다도 잘 짜여져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데 비해 실제 효과는 기대 이하라는데 있다. 청년실업대책으로만 2003년 3132억원, 2004년 6056억원, 2005년 7885억원, 2006년 7573억원 등이 투입됐지만 청년실업률은 항상 8%대를 맴돌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서 만들어낸 일자리도 저임금·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직자 생계안정을 위한 실업급여를 비롯한 각종 정부 지원금은 '눈먼 돈'으로 인식된지 오래로 근본적의 제도의 취지를 반감시키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한·미 FTA 실업자 대책은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부 박종길 고용정책팀장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아닌 만큼 기존 전직서비스 제도와 재취업 제도를 FTA 실직자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 필요한·미 FTA 체결시 5년간 최소 3만명에서 최대 1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FTA 실직자를 어떤 방식으로 가려낼지가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FTA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실직자 대책과 FTA 실직자 대책이 뒤섞여버릴 경우 정부의 한·미FTA 지원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연구위원은 "자격조건을 강화해서 한미 FTA로 인한 실직자가 맞는지 가려내야 하고, 그 후로는 소득보전책이 가미된 신속한 재취업을 도모해야 지원대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미 FTA 수혜 업종에 대한 집중적인 직업훈련이 가능하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예를 들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제약업종에서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섬유·의류업종으로 근로자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끔 사전 전직훈련을 강화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농어업 분야 인력에 대한 전직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실업대책 재원이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고용보험과 무관한 농어민에 대한 직업훈련은 사실상 방치돼 왔지만 FTA 시대에서는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물보상 위주의 농어민 피해대책에서 탈피해 농어민 지원금 중 일부를 노동부로 넘겨 전직을 원하는 농어민에게도 직업훈련 혜택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농어업인 60%에 해당하는 고령자는 제외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노동부 고위간부는 "농어민 훈련비용은 농림부와 해양부에서 마련하고, 노동부가 전직훈련을 시키는 방식이 정부차원에서 검토 중이지만 부처의 이해관계가 달라 실현 가능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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