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직장'엔 사람이 없다(?)

박응식 기자 2007.03.2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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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변명]어느 공기업 CEO의 하소연

요즘 시중에는 몇몇 국책은행과 공기업을 두고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우스갯 소리는 더 나아가 `신도 경쟁해야 들어가는 직장’, `신도 부러워 하는 직장` 이라는 말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안정된 고용환경 때문일 것입니다.
 
어쨋든 우리나라 공기업이 민간 기업에 비해 고용 안정성 면에서 월등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공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입지는 어떨까요?

최근 기자가 만난 공기업 CEO는 민간 기업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입니다. 특히 구조조정과 노사문제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 노조가 강하기로 소문난 한 공기업에 취임했습니다.



그는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취임한 이후 소리 없는 개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 분에게 민간기업 CEO와 비교할 때 어느 자리가 더 힘든지 물었습니다.
 
"당연히 공기업이 훨씬 힘듭니다. 대부분 임기 3년의 단임으로 끝나는데다 인사권과 예산집행권을 CEO가 전적으로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직원들도 여기 저기에 나름대로 `끈`을 대고 있어 인사권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게다가 기존의 지위에 위협을 느끼면 노골적으로 CEO를 음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약점을 잡히면 CEO는 조직에 끌려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CEO는 더 나아가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사람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직원들의 노골적인 비토로 영이 서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는 또한 몇년전 불명예스럽게 그 자리를 물러났던 전임 CEO를 만난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내가 정말 순진했다구요. 그리고 인생 말년에 명예까지 잃는 수모를 당할 줄 몰랐다고 말입니다."

이 CEO는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재 성공적으로 조직을 혁신하고 분위기를 일신했습니다.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막 돌기 직전인 그의 실험이 과연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아직까지도 조직내에 존재하는 미묘한 분위기를 그 CEO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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