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리무진 버스를 탔다. 집 근처인 영등포까지 왔다. 신혼여행을 갈 땐 간단하게 꾸렸지만, 이런저런 선물로 짐이 많이 늘었다. 영등포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과 함께 버스 기사의 흉을 봤다. 홧김에 운수회사와 차량번호를 적어 고발해버릴까도 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불쾌했을 택시기사가 말렸다. 요즘 제도에선 민원이 들어올 경우, 자칫하면 해고될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영업용 택시 기사의 근무여건은 아주 열악하다고 했다. "한달에 4일 쉬고,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사납급을 채우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납금만 겨우 채우면 경력에 따라 겨우 한달 70∼100여만원 밖에 못 가져 갑니다."
택시 기사님의 나이는 50이었다. 3년전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퇴직한 후부터 택시기사를 시작했단다.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딸을 키우고 있었다. 어떻게 가정을 꾸려 나가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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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 달에 이틀밖에 쉬지 않습니다. 또 교대하지 않고 하루종일 일할 때도 많구요, 그래서 대략 한달에 200만원 이상은 벌어요. 그걸로도 부족하지만 겨우겨우 꾸려가집니다. 힘들지만 두 딸이 착하게 잘 커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또 그저 길게 일한다고 해서 수입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납금 이상을 벌기 위해 저도 머리를 많이 씁니다." 사실 우리 역시도 그 기사님이 머리를 쓴 결과, 그 택시를 타게 된 것이었다.
"손님께서 건널목을 건너오시는 모습이 택시를 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택시 한 대가 더 있었으니 그걸 탈 확률이 더 높았죠. 제 앞 택시는 교차로에 비스듬히 대고 있었고, 저도 따라 비스듬히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널목 건너오시는 분들은 대개 비스듬히 선 방향쪽으로는 잘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를 3미터쯤 뒤로 빼서 건널목 바로 앞에다 댔죠. 그랬더니 손님께서 방향을 알 수 없는 제 앞 차를 타지 않고 제 차를 타시더군요."
얘기를 듣다 보니 이내 집에 도착했다. 내리는 우리 부부에게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는 택시 기사님을 보며 속으로 부끄러웠다. '난 과연 저런 성실한 가장이 될 수 있을까, 난 정말 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까, 남을 부러워하며 내 처지에 불만만 늘어놓았던 건 아니었을까?'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마라. 너희 할아버지는 그 일을 기회라고 생각하셨다." 빌 게이츠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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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택시 기사를 인터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