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신용정보 조회 사전동의제 왜?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7.03.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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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건수만 많아도 신용등급 등 불이익

 경북 경산에 사는 최모씨(30)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인터넷 중개업체에 대출을 문의했다. 다행히 대부업체 2곳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이후 신용카드 사용한도가 1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축소됐다.

 이를 수상히 여긴 최씨는 원인파악에 나섰다. 결국 신용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조회된 게 문제였다. 그는 11개 금융회사 및 대부업체가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한 것을 확인했다.



 신용조회가 단기간에 집중될 경우 금융회사들은 신용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금융거래를 꺼리게 된다. 실제 S저축은행의 경우 대부업체 신용조회기록이 1년에 2회 이상인 경우 대출을 거절한다.

 무분별한 신용정보 조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적잖다. 최근에는 소송과 관련해 신용정보 조회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 사는 K씨(40)는 자신의 재산정보가 모두 공개되고 신용등급마저 떨어졌다. 몇 년 전 투자문제로 갈등을 빚은 친척이 소송을 하겠다며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신용정보를 열람한 게 빌미가 됐다.

 얼마 전 검찰 결정으로 K씨와 유사한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말 상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채권, 즉 상거래 채권뿐 아니라 민사 채권도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신용정보법 위반혐의로 입건된 변호사 100여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 결정 이후 신용정보업체들이 변호사들을 통해 '실적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 업체는 변호사들에게 최근 검찰이 내린 무혐의 처분을 인용한 공문까지 보내고 있다고 한다.


 금융거래 외에 일반적인 상거래 과정에서도 신용정보 조회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행 신용정보법은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의 설정 및 유지를 위한 경우 예외적으로 고객의 동의 없이도 조회가 가능하도록 했다.

 일부 업체는 이 조항을 잘못 해석해 마케팅 단계에서 고객의 신용정보를 조회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마케팅 과정에서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정했다.



 정부가 이번에 신용정보법을 개정, 신용정보 조회 때 고객의 사전동의를 의무화한 것은 이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 동의서'를 한번 받으면 이를 근거로 거래 시작 이후 횟수에 관계없이 신용정보를 조회했다.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의 신용정보를 몰래 빼내 판매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는 것도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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