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올리는 게 밀가루 때문이라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7.03.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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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라면값 인상 원인으로 밀가루 지목하자 관련업계 반발

라면값 인상을 놓고 라면업체들과 라면의 주원료인 밀가루를 공급하는 밀가루업체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밀가루 가격 인상이 라면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라는 농심 (375,000원 ▼3,500 -0.92%)의 주장에 밀가루 회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18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의 73%를 장악하고 있는 농심은 이달초 여러 브랜드의 라면 가격을 평균 7.4% 올렸다. '국민 라면' 신라면은 600원에서 650원으로 8.3%로 인상폭이 가장 컸고 짜파게티는 700원에서 750원으로 7.1%, 큰사발면은 850원에서 900원으로 5.8% 인상됐다.



농심은 라면값 인상 배경으로 라면의 원료인 밀가루와 감자전분, 팜유 등의 국제시세의 급등을 들었다. 밀가루와 감자전분은 각각 9%, 6% 오르고 팜유는 42%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CJ (117,400원 ▲2,500 +2.18%)는 지난해말 밀가루 제품 가격을 7~10% 인상했다. 세계적으로 밀가루 생산량과 재고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국제시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농심에 밀가루를 공급하는 대한제분도 비슷한 시기 공급가격을 올렸다.



밀가루업계는 밀가루가 차지하는 라면 생산 원가 비중이 극히 미미한데도 밀가루를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며 농심을 비난하고 있다.

밀가루업계의 한 관계자는 "밀가루가 라면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밀가루 가격이 문제라면 지난해 초 밀가루값이 5~10% 내렸을 때 왜 라면값은 인하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농심은 소비자 부담에 따른 여론의 화살을 밀가루 업체들에 돌리고 전국민이 애용하는 신라면값 인상폭을 가장 크게 하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밀가루업체들의 공격에 농심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농심 관계자는 "일반적인 라면에서 스프와 면의 생산 원가 비중은 50대 50인데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생산비 부담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원재료 시세가 오르는 데도 라면 값을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 부담을 농심이 떠안아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심에 이어 오뚜기 (412,000원 ▼4,500 -1.08%)도 조만간 라면값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는 올초부터 밀가루를 시작으로 라면, 스낵, 음료수 등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시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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