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 회장은 15일 미래에셋 홍콩법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모 펀드가 기업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오는 29일 동아제약 주주총회에서 중립적인 의결권 행사를 시사했다.
박 회장은 특히 사견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동아제약은 지분 구조가 복잡해 어느 쪽이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을 잡든 앞으로도 지분분쟁은 계속될 것 같다"며 "경영권 변동 사유가 있을 만 한가, 향후 안정적 경영이 가능한가 등 주주가치 제고에 중점을 두고 지지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회장은 회사차원의 공식적인 의사는 이번주 투자전략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홍콩법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그는 "증권사나 보험사는 자본 규모가 중요한 만큼 통폐합을 통해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외국 회사에 먹히지 않고 적어도 중국 인도 일본과 경쟁하려면 중소형사 뿐 아니라 큰 회사들끼리도 합종연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몸집을 키워 해외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은 연내 해외시장에서 미래에셋펀드를 선보인다. 박 회장은 "펀드 판매 허가 등 법적인 준비가 끝나면 하반기 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래에셋 펀드를 홍콩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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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하겠다'가 아닌 자신감 넘친 목소리다. 홍콩을 시작으로 전세계인을 미래에셋 펀드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는 "올해 안에 홍콩에서 2000~3000억원 정도 모집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유럽지역에 펀드 판매 사무실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대표 펀드를 복제한 '거울 펀드'(Mirror fund)를 룩셈부르크에 설정해 해외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특히 해외시장에선 프라이빗뱅킹(PB) 사업에 중점을 둔다는 게 박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브로커리지가 아닌 PB사업을 중심으로 홍콩 자산가들을 공략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홍콩 자산가들과 접촉하며 회사 신뢰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루자주이 '미래에셋타워'(왼쪽에서 세번째). 내년초 완공된다.
국내 인재 육성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한국인이 많지만 대부분이 브로커리지 쪽에 속할 뿐, 자산운용 인력은 찾기 힘들다"며 "한국 인재들이 외국과 경쟁해도 뒤쳐지지 않지만 외국어에 능통하지 못해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은 올해 인턴십을 통해 그룹 전체 100여 명을 채용한다. 또 교환학생과 글로벌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최근 펀드 자금이 유럽 일본 등 선진국으로 몰리는 데 우려를 표했다. 박 회장은 "선진국 시장 안정적이고 아시아 시장이 위험하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최근 중국발 증시 조정에서 보았듯 이제 중국이 떨어지면 선진국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에서도 일본펀드는 선보일 예정이지만 대형주펀드와는 콘셉트가 다르다"며 "소비재나 부품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가의 부동산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맵스운용은 지난해 상하이 루자주이에 자리잡은 31층 건물을 사들이는 등 아시아지역 14개 부동산에 투자했다. 상하이 루자주이의 '미래에셋타워'(未來資産大厦)는 내년 초 완공될 예정이다.
해외펀드 비과세 대상에서 역외펀드가 제외된 것에 대해선 "국내 자산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거울펀드(복제펀드)가 양산되는 것은 '역효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조업에서도 OEM 방식으로 성공한 회사가 있느냐"며 "운용사들이 직접 나가서 해외투자펀드를 키워지 않고 거울펀드만 만들 경우 운용노하우는 배우지 못하고 돈이 해외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와이탄에서 바라본 상하이 '미래에셋타워'(오른쪽에서 세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