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 가려면…

머니투데이 이백규 산업부장 2007.03.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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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규의 氣UP]기술CEO체제 10년=성공 속 쇠망의 씨앗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 가려면…


로마장군 스키피오는 포에니 전쟁에서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정복하고 지중해를 둘러싸는 대제국 건설을 완성했다.

그는 불타오르는 카르타고를 쳐다보며 '승리에 들뜬 로마도 언젠가는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사가들은 적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상징 록펠러 센터를 사들이고 욱일승천의 기세로 뻗어나가던 80년대 중반 고우사카는 '문명의 종말'이란 책을 쓰고 정상에 다다른 조국의 쇠망을 예견한다. 로마와 일본은 이들 선각자들의 예고성 우려대로 그 이후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세계 정상의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이건희 회장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정상 넘어 더 높은 또다른 봉우리인가, 성공 속에 숨어 있는 쇠망의 씨앗들인가. 봤다 한들 생로병사의 운명을 거스를 수는 있을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는 잘 나가고 있다. 사상 최대의 매출을 매년 올리고 있고 반도체에 관한한 세계 기술과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선발주자의 이점(first-mover advantages)'을 살린 '1등 지키기' 전략이 먹히고 있다.



하지만 후퇴의 징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래엔 글로벌 히트 상품이 나오질 않고 있다. 와이브로와 보르도TV 정도다. 휴대폰은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앞선 업체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노키아를 따라 잡겠다는 새 경영진의 호언이 있었지만 구체적 실행전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달 1조원을 넘던 이익은 2004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 작년엔 절반 가까이로 쪼그라 들었다.

급기야 윤종용부회장은 지난 월말 주총에서 '수익 제로 성장'을 선언했다. 순익이 올해 아무리 잘해봤자 작년 수준 일 것이라는 불길한 자기 고백이다. 주가는 지난해초의 74만원에 비해 20% 꺾였고 지금도 저점을 향해 내동냉이쳐지고 있다.


왜 그럴까. 도대체 삼성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조직 피로증이 감지된다. 윤부회장을 필두로 이기태 이윤우 황창규 사장으로 이어지는 엔지니어 경영진들은 기술과 제품 시장의 야전사령관으로 오늘의 삼성신화를 창조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 동인은 10년을 끌어 오면서 이젠 자체 구동력을 잃고 후진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기술로 성공한 기업은 기술로 망하는게 다반사다. 기술우월주의는 디자인과 마케팅과 재무기능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세계 최고 수준 개발' 보도자료를 낸다. 특히 휴대폰의 3G 기술을 뽐낸다. 그 사이 시장을 야금야금 뺏기고 있다. 휴대폰은 지난해 매출이 1% 줄고 영업이익은 35%나 감소했다.

10년전 64메가에 이어 256메가 디램을 개발한 황창규팀장은 이젠 반도체 총괄 CEO가 되어 포스트 윤부회장 체제의 리더로 부상했다. 삼성의 또 다른 성장동력 기술(창조력)이 이젠 기술 자만심으로 바뀌어 쇠락 요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정보통신 LCD등 총괄간 경쟁이 지나쳐 공조는 커녕 일부는 적대적 조짐을 보인다.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부회장은 몸으로 뭔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예전에 볼수 없었던 삼성답지 않은 이런 알력과 소란은 비효율을 낳는다.

삼성을 이끄는 리더들의 문제, 100억원 넘게 보수로 지급되는 '돈벼락'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100억원은 하루 2800만원, 한달 8억원인 셈이다.

스키피오 장군이 예견한 로마 쇠망은 원로원을 비롯한 리더들의 무뎌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에서 비롯됐다.

IT업계엔 마의 벽이 있다. 매출 1000억달러(약100조원)이다. 지구상 어느 기업도 올라서지 못했다. 2005년 기준 IBM이 911억달러이고 삼성은 787억달러로 HP 히타치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번 더 도약해 그 간극을 메운다면 현재 50만원 대인 주가도 100만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겸손한 기술, 고귀한 리더십으로의 복귀는 매출 100조, 주가 100만원으로 가는 숏컷이다.

주가도 순익도 뚝뚝 떨어지고 있는 지금 다시 치솟는 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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