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황영기 행장 "주인으로 일했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3.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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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월례조회 "1등 열정 의지 잊지 마시라" 당부

"지난 3년간 우리은행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일해왔습니다. 여러분도 어디에 계시든 주인이 되십시요"

이달 말로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8일 마지막 월례조회에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한자성어를 남겼다.

이 한자성어는 중국 당나라 선승 임제선사의 법어를 수록한 임제록에 나오는 것으로 '언제 어디서나 늘 진실하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면 그 자리가 곧 최고의 행복한 자리'라는 뜻이다.



임기 중 소신 경영으로 정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잦은 불화를 빚기도 한 그이기에 남다른 의미로 비춰졌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8일 마지막 월례조회사를 하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8일 마지막 월례조회사를 하고 있다.


황 행장은 "이 한자성어를 '나는 어떤 곳에서라도 주인이 되라'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며 "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은행을 제 자산인 것처럼, 제가 주인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여러분도 어떤 곳에 가서라도 주인이 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종이 아닌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는 프로가 돼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행장은 "108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 정통은행, 우리 경제의 맏형 역할을 했던 은행, 국민의 혈세를 받은 유일한 토종은행으로서, 민족의 번영을 금융주권을 위해 반드시 일등이 되어야 하는 의무이자 사명감이 여러분과 우리은행에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마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 행장은 "1등은행이 되겠다는 굳은 열정과 의지를 절대 버리지 말 것"을 여러차례 당부했다. 그는 "저의 1등은행 공식은 쉽다"며 "1등은행은 1등임직원이 있는 은행, 그 임직원들이 1등 보상을 받는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등 보상을 받기 힘든 현실이지만 1등 정신을 버리지 말고 1등 은행이 돼서 1등 보상을 요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1등의 꿈을 잃지 말라고 간곡하게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 행장은 이와 함께 예대마진 등 전통적인 영업이 한계 온 만큼 창의성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할 것과 고객사랑, 능력 위주의 인사, 인재육성 등도 강조했다.



업무인수 인계에 대해서는 릴레이 경주에 비유했다. 황 행장은 "400미터 릴레이 최고기록이 37.40초인데, 100미터 세계 최고 기록인 9.77초를 보유한 선수 4명이 뛰어도 39.08초가 나온다"며 "이는 앞선 주자가 10미터를 더 뛰고 뒤에 주자는 미리 준비해서 바통을 받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무 인계도 마찬가지로 업무를 마치고 같이 10미터를 더 뛰어주고 앞선사람도 미리 준비하면 경영이나 업무 승계가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며 "저도 그런 자세로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고 또 여러분들에게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황 행장은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서문을 인용, 지난 3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내비치기도 했다.



황 행장은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 서문에 '님만이 님이 아니라 기룬(그리운) 것은 다 님'이라는 대목이 나온다"며 "저는 우리은행을 님으로 생각하고 살아왔고 제가 우리은행을 사랑하고 우리은행의 임직원들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관계 속에서 지난 3년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 행장은 오는 26일 우리은행 주주총회 직후 이임식을 갖고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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