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 2탄' 아부다비를 가다

박형기 국제부장, 김주동 기자 2007.02.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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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빅뱅】'두바이 자금줄' 역할 벗고 본격 자체개발

↑ 건너편 바닷가에서 바라본 아부다비 중심가 전경(클릭하면 실제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건너편 바닷가에서 바라본 아부다비 중심가 전경(클릭하면 실제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천지개벽 2탄' 아부다비를 가다
두바이는 페르시아만의 용머리다. 페르시아만을 중동의 용이라고 할 때, 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두바이는 용머리에 해당한다.

두바이의 지정학적 위치는 중국의 상하이와 너무도 비슷하다. 양쯔강을 용이라고 할 때, 상하이는 용머리다. 덩샤오핑은 용의 머리(상하이)를 때려 잠자던 대륙을 깨웠다.

페르시아만의 용머리 두바이 중동을 깨우다
페르시아만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두바이는 자고이래 정치-경제-군사의 요충지였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중동의 주요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의 수출길이 막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두바이의 눈부신 발전이 페르시아만 국가를 자극하면서 ‘두바이 신드롬’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용머리에 충격이 가해지자 잠자고 있던 페르시아만의 용이 깨어난 셈이다. 두바이는 메뚜기라는 뜻이다. 중동의 작은 메뚜기가 중동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경제적으로 두바이의 형님격인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발전을 시샘하며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 '천지개벽 2탄'을 예고하고 있다. 두바이의 개발자금 대부분이 아부다비에서 나올 정도로 그동안 아부다비는 두바이를 배후조정해 왔다. 막후에 있던 아부다비가 커밍아웃을 선언한 셈이다.



배후에 있던 아부다비 커밍 아웃
지난달 31일 아부다비. 인구 160만 명으로 두바이가 속한 아랍 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이자 UAE 최대 토후국이다. UAE는 7개 토후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중심국이다. 아부다비가 연방재정의 75%, 두바이가 20%를 각각 담당한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까지는 160km. 교통체증이 없으면 1시간30분이면 족한 거리다. 그러나 두바이가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교통망이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해 두바이 시내를 빠져 나오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두바이 시내를 나와 고속도로를 달리자 1시간 안에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왕복 8차선의 고속도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노변과 중앙분리대에 촘촘히 심어진 나무였다. 아부다비로 갈수록 나무는 더 많았다. 강우량이 풍부한 우리나라도 고속도로변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데, 사막임에도 고속도로에 나무를 심은 것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녹화사업에 신경을 쓰는 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부다비 시내 빌딩의 키는 두바이보다 작았다. 그러나 나무의 키는 더 컸다. 녹지 공간도 훨씬 많아 아늑하고 쾌적했다. 도심이 바닷가에 형성돼 있어 코발트빛 바다와 가로수가 잘 조화돼 지중해의 한 휴양지에 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조용하고 고즈넉한 아부다비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대형 크레인이 보였고, 두바이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부다비 공사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아부다비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 알다르사를 방문했다. 정문에는 ‘빌딩 더 네이션(Building the Nation)’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이곳이 아부다비 개발 프로젝트의 사령부임을 실감케 했다.



현재 알다르사가 벌이고 있는 사업은 모두 600억 달러 규모. 아부다비 최고층 빌딩이 될 83층짜리 센트럴 플라자가 들어설 센트럴 마켓 건설 공사, 알라하 비치 리조트, 중동 최대의 건설 프로젝트인 야스 아일랜드 공사 등이다.

↑ UAE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중 아부다비 영역. 사막지형임에도 길 양 옆으로 가로수가 잘 관리돼 눈길을 끈다.↑ UAE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중 아부다비 영역. 사막지형임에도 길 양 옆으로 가로수가 잘 관리돼 눈길을 끈다.
2009년 완공 목표인 야스 아일랜드 공사는 모두 400억 달러의 비용이 투입된다. 두바이의 인공섬인 ‘더 월드’에 투입되는 비용은 140억 달러에 불과하다. 2500ha 조성될 야스 아일랜드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인 F1 테마파크, 모터보트 경주장, 골프장, 쇼핑몰, 호텔, 고급 빌라 등이 들어선다.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세계적인 종합 리조트 타운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두바이는 피크지만 아부다비는 이제 시작
알다르사의 모하메드 빈 함단 마케팅 이사는 “두바이는 피크지만 아부다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보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아부다비에 진출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함단 이사는 한국 업체의 참여를 위해 오는 5월 UAE 연방정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대규모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두바이가 마구잡이식 개발로 환경파괴, 교통체증 등을 야기했지만 아부다비는 시간을 갖고 개발해 두바이가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부다비는 두바이를 ‘테스트 베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부다비는 UAE 원유 생산의 94%, 세계 원유 생산의 10%를 차지한다.”며 “아부다비의 개발 규모는 두바이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부다비 정부는 야스 아일랜드 이외에도 ‘행복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810만평짜리 무인도 샤디야트(행복) 섬을 통째로 개조해 구겐하임 현대 미술관을 비롯한 4개의 대형 미술관과 1개의 공연장, 29개의 호텔, 고급 아파트와 빌라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총 공사비는 270억 달러다.

두바이가 금융-물류-관광 허브를 지향하는데 비해 아부다비는 문화 허브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아부다비인들은 아부다비를 두바이에 비교하면 언짢아했다. 두바이 개발 자금의 대부분이 아부다비 왕족의 자금이기 때문이다. 재주는 두바이가 넘고 실속은 아부다비가 챙기는 셈이다. 아부다비의 개발 계획과 숲을 보면 아부다비인들의 자부심이 결코 허황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우디에도 변화 바람
아부다비뿐만이 아니다. 예멘 오만 카타르 등도 앞 다투어 무역특구 또는 경제 자유 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이중 오만은 두바이를 벤치마킹한 인공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이슬람 근본주의의 온상인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상륙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 무역항 제다 북쪽에 위치한 홍해의 한 섬에 260억 달러를 투입, 경제도시를 건설키로 했다. 도시의 명칭은 왕의 이름을 딴 '킹 압둘라 이코노믹 시티'다.



두바이 또한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바이는 이제 제조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두바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깝고, 인구도 120만 명에 불과하다. 싼 임금에 거대인구를 가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바이는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자발알리 자유무역지대 이외에 500만평 규모의 ‘인더스트리얼 시티’를 건설하고 제조업 유치에 나섰다. 이미 200여개 기업이 인더스트리얼 시티에 둥지를 틀었다. 같은 이슬람권인 파키스탄 노동자를 월 30만원이면 고용할 수 있고, 인더스트리얼 시티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그대로 중동으로 수출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성장의 선순환 구조 정착
두바이가 중동을 깨어 흔들고 중동의 추격은 다시 두바이를 각성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성장 바이러스’가 중동 전역에 창궐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는 이런 중동을 다시보고 있다. 70~80년대 오일 붐 당시 사치품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졌던 오일 머니가 지금은 경제 발전의 토대인 인프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투자의 효과는 10년 후쯤 본격화 될 것이다. 80년대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 90년대 중국이, 2000년대 인도가 세계경제의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2010년대는 중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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