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에서 이젠 '꿈의 자기부상열차'

머니투데이 최태영 기자 2007.01.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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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위를 1㎝ 떠서 달려 40여톤 중량 대비 소음 없어

“어, 출발했습니까”, “언제 출발했죠” “그럼, 지금 레일 위에 떠 있는 겁니까”

미세한 전기 소음이 조금 들리는 가 싶더니만 자기부상열차가 가벼운 ‘윙~’ 소리와 함께 출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출발조차, 떠 있는 것조차, 단번에 식별하기는 쉽지 않았다. 2량 1편성이 기본인 자기부상열차의 총 무게만 44톤. 이 육중한 열차의 차체가 공중으로 떠서 가는 동안에도 기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고속열차에서 이젠 '꿈의 자기부상열차'


소음이라고는 열차 내부의 전자시스템 등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기음이 전부였다. 바퀴식 열차에 비해 15㏈이 적다. 자기부상열차는 65㏈(데시벨) 이하로, 통상 75-85㏈인 지하철보다 소음도가 낮다. 차창 밖을 바라봐도 떠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달리는 중에도 일반 열차나 전동차처럼 덜커덩거리는 충격은 거의 없었다. 바퀴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레일 위를 1㎝ 정도 떠서 가기 때문에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열차에서 이젠 '꿈의 자기부상열차'
이 시험열차의 이름은 UTM(Urban Transit Maglev). 정부가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를 위해 1989년부터 시속 110㎞ 중저속형으로 개발한 열차다.

열차는 무인 운전 시스템이다. 운전석에는 단지 속도계 등 계기판과 속도조절 레버, 전.후진 및 브레이크 레버만 있다. 이마저도 덮개로 씌어 놓으면 열차 내부는 썰렁할 정도다. 천장에 장착된 모니터만 있을 뿐이다.

자기부상열차의 시운전 실험실은 한국기계연구원 내 1.3㎞ 구간에 설치됐다. 하지만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오는 10월 상용화를 앞두고 시운전이 한창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전자석 원리를 이용해 열차가 레일 위를 떠서 달리도록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자석이 레일을 쫓아가는 것이다.

자기부상열차의 기술력은 이 떠오르는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이 간격을 더 줄이는 게 상용화의 또 다른 과제다. 차량 제작사인 로템의 선행차량개발팀 이종민 주임연구원(35)은 “기계연과 함께 열차의 공중부상 간격을 더 낮추기 위해 진행 중인 핵심연구가 앞으로 수출 등 국제경쟁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열차의 순간 가.감속도를 줄이는 것 역시 핵심과제다. 현재 개발된 자기부상열차는 시속으로 환산할 때 100㎞ 도달에 28초가 소요된다. KTX의 경우 300㎞까지 5분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다.

바퀴.베어링 등이 없고 궤도 위에 떠 있기 때문에 마찰로 인한 유지보수비용도 적다. 물론 탈선의 우려도 없다. 차체가 궤도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계연 내에 있는 시험선로는 노후하고 이음새가 많다. 이 이음새의 오차를 줄이면 금상첨화다.



고속열차에서 이젠 '꿈의 자기부상열차'
이미 완성된 UTM 차량은 현재 시험주행거리만 약 10만㎞에 달한다. 지금도 주행의 신뢰성 제고, 폭이 작은 궤도에서 차량의 중량 관리 및 승객 탑승시의 안전성 등을 위해 매일 50㎞ 이상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자기부상열차 건설 비용은 ㎞당 약 400억원. 해외시장의 경우 2020년께 약 8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서도 20조원 이상 가치가 있다. 수출길만 열리면 무한 경쟁이 있다고 건설교통부는 분석했다.

기계연 신병천 자기부상열차실용화사업단장은 “현재 일본이 시속 500㎞의 초고속형을, 미국과 중국이 100㎞ 안팎의 중저속형 열차를 개발 시험 중”이라며 “이 자기부상열차를 실용화한다면 세계 세 번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계연 내 시험선로는 거리가 짧아 설계속도(110㎞)로 시험운행하기가 벅차다. 최고 60㎞까지 속도를 낼 경우 급제동이 불가피하다. 직선구간이 450m로 짧기 때문이다. 기계연 측은 80㎞ 이상 속도를 내기 위해 추가로 1.7㎞ 건설을 추진 중이다.

지하철 등에 비해 곡선 주행 및 급경사에서도 무리 없이 주행한다. 그래서 직선 구간을 건설하기 쉽지 않은 도심에서 비용 등의 경제성이 탁월하다. 선진국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위해 차세대 도심형 전차로 속속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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