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원칙지키기 그렇게 힘든가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2007.01.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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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애매한 봉합'

현대차 (249,500원 ▼500 -0.20%)의 노사 분규가 성과금 미지급에 따른 노조측의 잔업거부로 갈등이 불거진지 21일만인 17일 일단락됐다. 현대차 노사가 찾아낸 타협점은 추가작업을 통해 생산차질분을 만회하는 시점에서 '격려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목표 미달로 지급되지 않은 '성과금'을 이름만 바꿔 주는 셈이다. 여기에 잔업과 특근을 하는데 따른 적지 않은 추가 급여가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분규과정에서 발생한 1인당 100만원 가량의 임금손실도 어느정도 메워질 모양이다. 그렇게 보면 노조는 실익을 충분히 챙겼다. 물론 사측도 성과금의 취지를 살리고 노조의 사과를 끌어냈으며 손해배상소송을 강행키로 했다는 점에서 예년과 다른 결과이기는 하다.



현대차 사측이 이렇게 애매한 타협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4시간 부분파업에 1400대씩 생산차질이 누적된다. 국내외시장에서 경고음이 요란하다. 환율 등 경영환경은 최악이다. 단 한시간이라도 정상조업을 당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너무 쉽게 물러선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타협 이후 생산 차질분은 메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편의 보이지 않는 손실을 생각하면 이대로 넘어가는 건 아무래도 개운치가 않다.



우선 이번 분규는 유례없는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예년보다 불법파업이 더 주목을 받은 만큼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는다. 시민들을 우롱하는 현대차는 안사겠다고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막가는 노조가 만든 차의 품질도 의심을 받게 된다. 그렇게 까먹은 현대차의 가치는 아무도 보전해주지 않는다.

노사갈등이 시작된 순간부터 회장부터 생산직 근로자까지 현대차 임직원 모두의 관심은 오직 노조의 움직임에만 쏠려있었다. 세계시장을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해야할 21일의 알토란 같은 시간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경영은 단순히 차를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다. 후유증을 수습하는 시일을 합하면 적어도 1년의 12분의 1을 낭비한 셈이다.

여기에 현대차 경쟁력의 한축을 이루는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더해야 한다. 현대차 근로자들은 추가근무를 통해 부족한 급여를 받아가지만 공장을 쉰 부품기업들의 억울한 사연들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파업으로 인한 들쭉날쭉 조업과 생산성 저하, 그야말로 완벽한 무노동 무임금. 이렇게 부품업체를 괴롭히면 결국 완성차기업도 설자리를 잃게 된다.


말하기 좋은 몇가지 명분만으로는 이러한 손실과 상처를 치유하기 어렵다. 압도적인 비난여론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노조는 대국민 사과 회견후 어디선가 '선방'을 자축했을지도 모른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이번 만큼은 노조를 원칙앞에 무릎꿇게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단 한번이면 되는데, 규율을 제대로 세우기가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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