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복수노선 갈등 '점입가경'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7.01.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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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해묵은 갈등 재연… 서로 "네탓"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이 프랑스 파리의 복수취항을 놓고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다.

양측은 특히 올해 프랑스측이 복수취항의 전제조건으로 강력 요구하고 있는 'EU 지정항공사 조항(EU Community Clause)'의 수용 여부를 놓고 뜨겁게 맞붙었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 16일 오전 이종희 총괄 사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평등 외교인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수용하면서까지 복수화를 서두르는 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이 조항의 수용은 명백히 현행 항공법을 위배하는 것으로 국익을 위해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오는 23, 25일 이틀간 과천에서 한·프랑스 항공회담을 열어 파리 복수취항의 허용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결정의 순간'이 임박하면서 양측의 신경전과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열린 한·프랑스협상에서 프랑스측이 수용을 요구한 이 조항을 거부해 복수취항이 무산됐었다. 양국은 지난 1973년 한불 항공협정을 맺어 양국이 국적 항공사 하나씩만 취항하기로 했고 33년간 이 협정을 유지해 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자 자신들에 유리한 근거를 제시하며 상대방의 주장을 헐뜯고 있다. 논리 싸움을 넘어 "이번에야말로 기어이 꺽고 말겠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다.

◇"국익과 항공법에 위배"=EU 지정항공사 조항은 EU를 하나의 국가로 보고, 27개 회원국의 항공사 가운데 일정요건만 갖추면 자국의 국적항공사로 지정하는 제도다.

대한항공측은 이번에 한·프랑스 항공협상에서 이 조항을 받아들이면 '도미노식'으로 EU 모든 회원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EU 회원국 항공사만 무임승차 효과를 누리게 되고, 반면 우리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자국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

항공법 위배 여부도 논란중이다. 대한항공측은 "이 조항의 수용은 항공사의 실질적인 소유권이 협정당사국에 있지 않을 경우 운항허가를 취소가능토록 규정한 항공법 제150조 4항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개별 국가와의 항공자유화보다는 EU를 단일 대표부로 하는 항공자유화 실현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건설교통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와 합의를 통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비자권익이 우선"=아시아나는 이같은 대한항공의 주장에 대해 "복수취항을 원천봉쇄하려는 음모"라고 일축했다.

아시아나측은 특히 이날 대한항공이 제기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한 관계자는 "항공법에 저촉된다고 하는데, 이는 법리상 상식을 전혀 모르고 한 말"이라고 말했다. 항공협정을 통해 국가간 비준되는 것은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설명.

아시아나측은 또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받아들일 경우 EU의 최강 항공사나 경쟁력 있는 저가 항공사가 신규 취항할 것이란 대한항공의 주장은 '엄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정부 정책의 방향을 이해관계 당사자인 개별 업체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복수취항하면 경쟁이 촉발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운항편수도 늘어나 소비자 권익이 높아진다"며 "현재 파리 복수취항을 막아 파리가는 고객들이 두바이 등을 거치며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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