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밀가루값 급등, 음식료株 영향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6.11.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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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결정권' 롯데칠성·농심·CJ 등엔 도리어 호재될 수도

원유에 이어 밀, 오렌지 등으로 원자재가격 급등세가 옮아간 가운데 음식료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능할 경우 원자재가격 급등은 악재지만 시장 지배력이 있는 기업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렌지주스의 원료가 되는 오렌지(농축액) 국제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오렌지 가격은 지난해 톤당 1000달러에서 최근 톤당 2600달러까지 치솟았다.



과자와 면류의 주재료인 밀가루 값 급등도 심상치 않다. 전세계 재고량 감소와 주요 생산지인 호주 지역 가뭄으로 지난달 밀가루 선물가격은 9월에 비해 27% 상승했다.

원유가격이 항공, 해운, 유화주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음식료주에 영향을 줬다. 농심은 지난달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 중순 한주일 사이에 10%가량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아 가격 결정력이 있는 음식료 기업들은 제품가격 조정의 명분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곡물가격 인상이 제품가격 인상으로 연결되지 못 하면 주가에 부정적이지만 가격 인상으로 연결만 된다면 오히려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 (128,500원 ▲100 +0.08%)이나 해태음료 등 음료업체들 중에서도 구매력이 있는 업체들은 유통기한(오렌지 주스 9개월)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까지 원자재와 제품 물량을 쌓아둬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농심 (375,000원 ▼3,500 -0.92%) 같은 국내 라면시장의 절대 강자(라면 시장 점유율 72%)는 원자재 가격 인상 자체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년간 소비자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던 점과 최근 원재료 가격 인상을 감안하면 제품가격 인상을 점쳐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농심은 원재료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늘 정도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며 "가격 조정이 원재료 가격 인상폭을 넘어서면서 이익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증권 차재헌 애널리스트는 "수익성 개선이 더딜 수는 있지만 기초 소재 식품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우수하고 곡물가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CJ (117,400원 ▲2,500 +2.18%)가 음식료 업종 내 타 업체보다 유리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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