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인생 3막(2)

김영권 정보과학부장 겸 특집기획부장 2006.11.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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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100만원으로 노후를 즐기는 방법

[웰빙에세이]인생 3막(2)


노후를 여유롭게 즐기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얼마전 한 보험사가 내놓은 답은 1년에 5600만원이다. 노 부부가 건강을 챙기면서 품위있게 골프도 치고 해외여행도 다니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산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금도 그만큼을 벌지 못하는데 무슨 재주로 그 돈을 모을 수 있을까. 그 돈을 깎고 깎아도 1년에 2700만원은 돼야 평균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아,나의 말년은 정말 비참하겠구나!



상황이 이러니 너도나도 특단의 대책을 궁리하고,'대박'을 노린다. 그게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사업이든, 아니면 로또 한방이든 '인생 3막'을 위한 베팅에 나선다. 하지만 내 작전은 다르다.

그것은 인생을 즐기는데 필요한 돈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인생 2막'을 꽉 채운 욕망을 덜어내는 것이다. 골프를 치지 않아도, 해외여행을 다니지 않아도 내 마음이 여유롭고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노후를 위해 저축하면서 왜 영혼을 위한 저축은 하지 않는가?" 지난해 5월 갑자기 3개월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유진 오켈리 미국 KPMG그룹 회장. 그가 53세의 나이로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한 말이다.

50대에 대한 나의 비전도 여기서 시작된다. 내가 50대에 들어서면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다. 물론 아들이 입시지옥을 정상적으로 뚫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들어간 대학이 일류이면 좋겠지만 아니래도 괜찮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느라 한곳에 몰려 죽자살자 식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자기가 신나게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루 빨리 깨달으면 좋겠다. 내 눈엔 일류 직장의 샐러리맨보다 제 멋에 겨워 사는 '장인'들이 훨씬 더 멋있고 행복해 보인다.


그러니 혹 대학에 못 들어가면 어떻고, 한두해 늦게, 아니면 아주 늦게 들어가면 어떤가. 그건 인생 마라톤에서 그렇게 중요한 승부가 아니다. 성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행복한 것이다.

어쨌든 그건 아들의 문제라고 치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갈 즈음 나는 50대를 맞고,그때부터 새로운 인생 작전이 펼쳐진다. 시작은 '자식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아들에게 등록금을 대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들의 몫이다. 30,40대 '기러기 아빠'로 살다가 50,60대까지 자식에 '올인'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할 일이다.



자식으로부터 독립하면 그 다음은 '더 많이 버는 일로부터의 독립'이다.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느끼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느긋한 마음으로 탁 트인 벌판을 걷는다. 바람에 날리는 꽃향기를 맡는다. 흐르는 강물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본다. 자전거로 고수부지를 달린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다. 아니면 새소리, 물소리를 듣는다.

이런 거 하는데 돈 들지 않는다. 남태평양의 어느 환상적인 바닷가에 가지 않아도, 최고급 골프장을 찾지 않아도 어디든 바람은 불고 꽃향기는 날린다. 그러니 한달에 1000만원을 벌든, 아니면 그만큼을 쓰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엔 한달에 100만원으로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런 계산을 꼭 50부터 해야 하나. 50부터 하려면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첫째, 매일매일 조금씩 욕심을 걷어낸다. 둘째,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내일로 미뤄둔 행복을 지금 챙긴다. 셋째, 아들에게 홀로서서 신나게 사는 법을 미리미리 가르친다. 이런 준비 과정도 즐겁다면 나는 '인생 3막'을 맞기 전에 이미 넉넉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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