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정상에서 다시 비상을 꿈꾼다

아이치현(일본)=박준식 기자 2006.10.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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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계대전] <토요타 2회-2>자동차 전쟁 제패 준비하는 토요타

[자동차 세계대전]<토요타 2회-2>
자동차 전쟁 제패 준비하는 토요타


토요타, 정상에서 다시 비상을 꿈꾼다


토요타, 정상에서 다시 비상을 꿈꾼다
와타나베 토요타 사장은 현대차에 대해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든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는 기업이며 디자인과 품질에서 수준을 빠른 속도로 높이는 '놀라운 힘(스바라시이 지카라)'을 갖고 있어 토요타에게는 강한 라이벌"이라고 평가했다.

최강자의 호기심일까. 말 그대로 현대차에 대한 견제의 시작일까. TG를 분해해 본 토요타는 최근 틈날 때마다 현대차를 "위협적인 라이벌"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현대차의 반응은 냉담하다. 규모가 아직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회사를 라이벌이라고 하는데에는 다른 속셈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미국시장에서 토요타를 포함한 일본차 업계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받게 된 미국의 견제를 우리에게까지 분산시키고자 하는 의도"라며 "토요타에서 나온 발언은 신중하게 의미를 분석해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토요타는 냉정한 기업이다. 판매대수와 영업망, 브랜드 이미지 등 모든 면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카이젠(改善)'이란 명제 아래 끊임없이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토요타는 최근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 이머징마켓에서는 500만원대 경차를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와타나베 사장은 "6000달러(약 570만원)대의 자동차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를 위해 "(GM 등)경쟁 업체들의 기술을 연구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캠리로 미국시장을 제패하고 렉서스와 싸이온으로 고급차 대열에 합류한 것도 모자라 경차부문에서도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포부다.

◇자동차전쟁 제패 준비하는 토요타
▲토요타 본사를 찾은 방문객▲토요타 본사를 찾은 방문객
올해 토요타는 총 생산대수에서 GM을 앞지르며 명실공히 세계자동차 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할 것이 확실시 된다. 그렇지만 지난 10년간 급속히 확대한 해외생산기지에서 생산한 차량들이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지면서 토요타의 품질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토요타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조 후지오 회장와 와타나베 사장 등 최고경영층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며 공식사과를 하는 등 위기를 정면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라이벌 기업들의 신차와 신기술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자기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토요타가 최강의 자리에 오르려는 찰나에 터진 위기가 오히려 토요타의 내실을 다지는 약(藥)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토요타의 미래 "하이브리드 먼저"
토요타가 무서운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각 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토요타는 지난해 "앞으로 10년간 10종의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토요타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 머니투데이▲토요타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 머니투데이
이미 토요타는 북미시장에서 프리우스와 렉서스 RX 400h, 하이랜더 등 3가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또 렉서스 GS 세단과 캠리의 하이브리드 버전 개발을 완료했다. 이에 더해 경차를 만드는 자회사 다이하츠도 자체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하면서 사실상 목표는 전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이에 대해 스기노하라 가쯔유키 토요타 홍보부장은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21세기의 키-테크놀로지'로 정하고 올해 7월말까지 70만대 이상의 하이브리드 차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0년대 초에 연간 100만대의 하이브리드 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승용차계 하이브리드 차의 7개 차종을 2배로 늘려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열린 파리모터쇼에서도 토요타는 세계 최초로 V8 하이브리드 4륜 구동 세단인 LS600h를 공개했다. 전기 모터와 5000cc급 가솔린 엔진이 430마력의 힘을 낸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엔진 구동방식 ⓒ 머니투데이▲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엔진 구동방식 ⓒ 머니투데이
그러나 토요타에 있어서 하이브리드가 종착역은 아니다. 하이브리드는 최근 고유가 기조와 배기가스 배출제한 조치 등의 시류를 타고 기대이상의 인기를 얻은 측면이 있다. 비싼 차값과 전기모터 교체비용, 예상보다 낮은 연비 등의 단점이 있지만 미국 정부의 세금보조 혜택 때문에 반짝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연료전지차로 이행하는 중간단계는 바이오 디젤차가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바이오 디젤은 배기가스가 대폭 줄어드는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한 연료다. 현대차가 최근 하이브리드 개발을 2009년까지 연기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속내가 반영된 결과다.

물론 토요타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 토요타가 밝힌 2010년 하이브리드카 100만대 판매 계획은 상황에 따라 하이브리드카 판매의 정점이 될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나고야에서 만난 현지 자동차 전문가는 "토요타는 이미 개발한 하이브리드 기술로 향후 5년을 지배한 뒤 비밀리에 개발 중인 연료전지, 바이오디젤 차량으로 다시 선두에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토요타는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별로 완벽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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