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험 영업적자 문제처럼 원인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있는 것은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챙기지 않으면 잘 안된다. 차보험 영업적자 문제만 해도 손보업계는 물론 건설교통부, 경찰청, 감독당국까지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사안이다.
참여정부는 청와대가 현안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고 또 그것을 자랑스러워해 왔다. 이른바 분권적 국정운영 실험으로서 대통령은 TFT 팀장처럼 중장기 과제에 집중하고 현안은 각 부처에서 알아서 하게 한 것이다.
어떤 현안에 대해 처음부터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지 않다보니 관료들이 처음부터 입장을 갖고 선뜻 나서 돌파력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한다. 민감한 사안이면 더 그렇다.
무슨 과제가 있으면 컨설팅회사나 연구원에 용역부터 주고 본다. 그것이 나오면 공청회를 연다. 그러나 정작 공청회에 가보면 알맹이가 없는 게 수두룩하다. 내용이 두루뭉실해 무엇을 논의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토론자들은 허탈감마저 갖는다.
처음부터 시비가 심하게 붙을 사항을 잘 내놓지 않는 탓이다. 그럴수록 시간은 오래 걸리고 의견수렴을 계속 해보다가 도저히 풀 자신이 없으면 미루거나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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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의 몸사리기도 심하다. 국회 국정감사, 언론, 감사원 등 감시기관으로부터 얻어맞을 우려가 있는 것은 어떻게든 피해가려 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은 일을 기어코 대응해서 면피를 하려 든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자기만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모양이다.
관료를 비롯한 집행조직은 위에서 책임지고 힘을 실어줘야 움직이는 속성이 있다. 경험적으로 관료들은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챙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는 것을 많이 봐왔다.
지금 한미 FTA나 생명보험사 상장 등 풀기 힘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물론 대통령이 사후적으로 보고받고 지시도 하고 있겠지만 처음부터 대통령이 눈에 보이게 관심을 갖고 챙기는 것과 추진력이 같을 수는 없다.
집권 후반기 중장기 과제나 이념적 문제를 둘러싼 소모전을 접고 대통령이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현안을 푸는 MBA(Many Business Actions) 정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