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버블 매니지먼트가 절실하지만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6.05.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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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21일 아침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렸다. 전문가들이 총동원돼서 참사원인을 따졌다. 부실공사에도 원인이 있지만, 평소 교량관리가 소홀했던 데도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규명됐다.

성수대교 참사로 당시 서울시장이 날아갔고, 다른 시장이 서울시 수장에 앉았다. 그도 금세 잘렸다. 당시 18개 한강 교량을 각 시공건설업체에 안전관리를 맡기겠다는 한마디 말 실수가 화근이었다.



이미 교량 안전관리 기간이 끝나 건설업체에 돈 한푼 안들이고 관리책임을 맡기려는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사람에게 사건 수습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세월이 흘러 IMF 관리체제에 이르렀다. 나라 꼴이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국가 차원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 부재도 환란의 한 원인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지금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잇단 `버블 붕괴 경고'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 가운데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왜 앞장서서 버블 붕괴를 조장하느냐는 비난이 가장 높다.

이들에 대한 비난도 마땅하다. 특히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4적(敵)으로 `복부인, 기획부동산업자, 건설업자, 주요 신문'을 몰아붙이고, "시민단체를 동원해 집값을 잡겠다"고 발언한 것은 또다시 편가르기를 하자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 표현이 지나칠 만큼 자극적이고 적대적이다. 정부의 버블 붕괴 경고에 대한 진실성이 의심받기 십상이다. 강남 집값에 버블은 있는가. 강남 집값의 버블 유무(有無)에 대한 전문가 진단은 제각각이지만 버블이냐,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면 뭔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상징후는 있어 보인다.


성수대교 붕괴나 IMF 관리체제와 같은 비참한 사태를 앞서 막기 위해서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하물며 전국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자산가치의 대폭락은 미리 막아야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연장선에서 보면 `버블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버블 세븐' 지역의 집값 안정은 다른 지역의 수요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지방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버블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너무 거칠다. 자칫 조금만 실수해도 `꽝'하고 일순간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폭탄을 정성과 심혈을 기울이지 않고 함부로 다루고 있다.

버블 붕괴 경고가 언론의 공격을 받고, 학자들에게서 이런 식으로 해서 뭘 얻고자 하느냐는 비난을 듣는 것도 위험한 폭탄을 마구 다루기 때문이다. 미국 스웨덴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선 평균 집값이 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버블 세븐' 지역 집값보다 더 올랐음에도 버블전쟁을 벌인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김병준 실장이 "부동산정책은 헌법보다 바꾸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듯이 부동산문제는 `표'로 직접 이어질 정도로 중요해졌다. 집값문제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양분하고, 강남사람과 강북사람 간 이념대립을 낳을 정도다.

내년이면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정작 `버블 매니지먼트'는 간데없이 버블 붕괴를 둘러싼 경고의 성찬이 설화(說禍)를 낳고, 급기야 이념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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