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부동산거품 붕괴 실현되나

머니투데이 방형국 건설부동산 부장 2006.04.0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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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은행이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로 불리던 시절. 이성태 현 신임 한국은행 총재와 관련된 일화 한토막. 그가 초임 과장일 때다.

재무부나 재경원 `관리`들은 다른 한국은행 직원들과 달리 이 과장을 부담스러워했다. 금융이나 통화정책 등의 회의를 마치고 식사를 하면 다른 한국은행 직원들은 으레 밥값, 술값을 냈는데, 이 과장은 그러지 않았다. `높으신 관리님에 대한 접대정신`이 없을정도로 원칙맨이었다.



함께 일했었던 한 지인의 이 총재에 대한 평가. "쉽게 `예스`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임원도 늦게 되는 등 인사에서 적잖은 손해를 본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거품이 없다. 일하는 방식은 핵심 파악이 빠르고 미리 예방하는 스타일이다."

이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부동산 거품을 직접 겨냥한 선제적 금리조정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말에 거품이 없는 그가 `부동산 거품`을 직접 거론한 것이나, 핵심파악이 빠르고, 예방하는 스타일의 그가 `선제적 금리조정`을 얘기한 것이나 뭔가 작심을 하고 화두를 던진 듯하다.



그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지, 그러지 않을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그의 발언은 일단 "부동산을 염두에 둔 금리조정은 없다"고 수차례 밝혀온 한덕수 재정경제부장관 겸 부총리의 지론과 역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부총리도 8.31대책과 3.30대책의 주역인 점을 감안하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마침 세계 금융시장에서 금리인상이 대세인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거품을 염두에 두든, 그렇지 않든 금리인상 대세는 우리에게도 바짝 다가오고 있다.

소문이 하나도 돌고 있다. 모 민간경제연구소에서 부동산 가치의 폭락을 예상한 보고서를 냈는데 그 톤이 너무 강해서 보고서를 없던 일로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총재 취임 전에 나온 이 소문의 보고서도 정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근거로 7월이전에 부동산을 처분하라는 내용을 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뉘앙스가 기묘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8.31대책의 효과가 시장에 침투되는 시기는 6월 이후라며 이전에 불필요 주택을 처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조짐이다. 강남, 목동, 분당의 집값이 그렇다. 각종 대책이 드디어 약발을 발휘하는지 강남집값이 적잖은 낙폭을 보이고 있다. 일반수요까지 죽일 수 있어 우려하는 바가 크지만 일단 가수요 억제책이 먹혀들어가는 것 같다.

정부의 3.30대책에 시장이 어떻게 대응할 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당분간은 시장에 힘이 없어 보인다. 6월에 가서 보유세 세금고지서를 받고 나야 시장의 반응과 응전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다.

참여정부가 내놓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으로 강남집값이 거래없이 호가위주로 껑충껑충 뛰었기 때문에 거래없이 주저앉는 것도 말은 되지만 체감은 크게 다를 것이다.

천하의 강남집값이 이 신임 총재의 부동산 거품을 감안한 금리조정 발언에 화들짝 놀랐을 리는 없다. 최근의 급락은 수요억제책과 완연한 금리인상 조짐 때문이다. 다만 이 신임 총재의 발언은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하는 효과는 있었다. 7일 이 총재 취임 이후 처음 열릴 금통위 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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