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류, 정치는 4류, 그럼 재벌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6.03.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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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경제정의 실천돼야 진정한 경쟁력 생긴다

부산항에서 미국 LA항까지 가는 물류비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물류비가 더 비싸다는 말이 있다.

물류비란 운반비, 보관비, 상하역비 등으로 중요한 생산비용이다. 1인당 가용지가 미국 약1만2000평, 독일 약 800평에 비해 한국은 약180평밖에 안되는 나라다.

그래서 땅을 정말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금력, 권력이 땅의 활용을 왜곡시켰다. 그리고 온 국민도 덩달아 부동산 투기에 중독됐다.



절대적으로 적은 가용지에 땅값은 터무니없이 비싸졌다. 공장을 세우려면 땅값이나 임대료에 종자돈을 거의 쏟아 부어야 한다.

비업무용 토지라는 가수요까지 기승을 부렸다. 이제 제품들이 왕래할 산업도로를 내기도 힘들어졌다. 뿐만 아니다. 비싼 집값을 치러야 하는 근로자들의 임금도 생산성 향상과 관계없이 덩달아 뛰게 마련이다.



제 도끼에 제 발등 찍히는 꼴이다. 아무튼 제조원가 대비 물류비가 12.5%로 미국 7.3%, 일본6,1%의 거의 2배가 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1인당 GDP대비 실질임금도 미국과 일본보다 턱없이 비싸다.
 
‘통과 경제’라는 조롱 속에서도 대형 비리 계속
 
세계 일류 품목수가 독일 669개, 미국 618개, 일본 354개, 중국 306개, 대만 206개를 훨씬 밑도는 한국은 55개뿐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효자 수출상품인 휴대폰도 핵심부품과 상당수 설비는 수입해 와야 한다. 한국경제는 ‘통과 경제’라고 조롱받는 부분이다.

수십조원의 분식과 공적자금의 짐을 국민에게 떠 넘기고 쓰러지는 재벌의 존재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기업은 2류, 정부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하여 한창 시끌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마디 추가해야 한다. “기업은 2류일지 모르나 그 중에서 부당내부거래, 경영세습과 분식 등을 일삼는 상당수의 재벌오너와 소위 로얄패밀리는 5류”라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의하면 지하철 건설의 경우 1km당 건설비(토지 보상비)가 싱가포르에 비해 21%, 도심지 터널 공사비는 독일보다 27% 비싸다는 보고도 있었다. 아파트 공사비도 영국에 비해 23%나 비싸다. 더 이상 계량적으로 열거하며 따질 필요조차 없다.

IMF 사태 이후 구조조정도 수사학적 표현으로 ‘반쯤 성공’했다. 다시 말하면 ‘아직도 실패’속에서 갈 길은 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 년 간 전국 땅값은 평균 13% 올랐고 아파트 값은 18% 상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가는 무려 12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신흥부자들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정의 실현되어야 진정한 경쟁력 갖출 수 있어
 
특히 강남아파트와 개발신도시 땅값 그리고 주가는 폭발하고 있는 셈이다. 자산의 격차 심화는 빈부 양극화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 것과 같다. 더불어 함께하는 미래사회건설은 어려움을 더해가고 있다. 한국과 한국기업과 한국인은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필자는 오랫동안 ‘기업은 곧 국력’이라는 기치아래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과 기업윤리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따른 경제정의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상(像)을 정립하고자 상장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경제정의 기업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일에 열성적으로 임해 왔다.
 
그래서 영국 출신의 경영저술가인 스튜어트 크레이너의 지적처럼 기업은 수익창출에 앞서 고객과 사회에 기여하는 집단으로 존재해야 된다는 사실을 더욱 깊이 확인할 수 있었다.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 공정한 거래, 고객지향경영, 환경보호에 대한 노력, 구성원 만족과 원만한 노사관계 그리고 떳떳한 세금납부와 이윤배분 등 사회발전에 대한 기여가 높은 기업일수록 사회로부터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묵묵히 본업에 충실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기에 한국경제는 한국인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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