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통방융합 해법도 야구처럼

윤미경 기자 2006.03.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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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주도해온 이총리 사퇴 '원점으로'..정통위·방송위 하모니 이뤄 해결해야

한-일 야구 3차전은 석패했지만 한국 야구는 국민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했다는 성적에 열광했고, 한몸처럼 움직이는 선수들의 모습에 매료됐다.

마치 퍼즐게임을 맞추는 것처럼 선수들 한사람 한사람은 자신보다 팀을 위해 움직였고,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 야구팬들은 혀를 내둘렀다. 타자는 절대 쳐야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수비수는 절대 공을 놓치지 않았다. 실수를 연발하는 상대국들과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다.



WBC 경기 때마다 우리 야구대표팀이 이처럼 절묘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어쩜 저렇게 기막히게 선수교체 시기를 잘 파악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용병술'은 뛰어났고, 저마다 '잘난'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 '조직의 힘'을 일궈내는 그의 능력에 탐복할 뿐이다. 숲을 생각하며 나무를 보는 김 감독 덕분에 한국야구는 세계 무대에 태극기를 꽂을 수 있었다.

야구전문가도 아니면서 장황하게 야구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통신-방송'의 꼬인 매듭도 한국 드림팀을 이끄는 김인식 감독처럼 시원스럽게 풀어내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다. 그동안 2년 넘게 표류하던 '통신-방송 융합' 이슈를 다잡아가던 이해찬 총리가 돌연 사임하면서 일각에선 통방 이슈가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얼마전 총리실이 주축이 돼서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 방송위원회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구조개편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단을 기껏 꾸려놨는데, 정작 이 준비단을 지휘할 사령탑이 사임해 버렸으니 말이다. 새 총리가 취임하면 다시 원점에서 통방융합을 논의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광대역 융합서비스(BCS)사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던 정통부도 난감해지게 생겼다. 광대역융합서비스사업법 제정의 본뜻은 통방융합구조개편추진위원회 구성과 관계없이 이 법으로 IP-TV서비스의 길을 열어주려는 것이었지만 통방융합의 교통정리를 해주던 이 총리가 사퇴했으니 방송위의 반발을 정면돌파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통부가 본부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정보통신진흥국과 전파방송정책국을 '통신방송정책본부'로 통합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방송위가 '소관영역에서 벗어났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모습만 봐도 그렇다. 총리실에서 추진하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역할과 비슷하기 때문에 정통부내 조직을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는 게 방송위의 반대 이유다. 정부기관도 아닌 방송위가 부처조직을 놓고 반발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방송'만 들어가면 시니컬하게 반응하는 방송위의 모습에서 '융합의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기우일까. 융합(convergence) 환경에선 하나의 모습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모습이 접점을 이루면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 발전해나간다. 통신과 방송이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는 것처럼, 정통부와 방송위의 조직도 그 지점에 함께 서 있는 것이다.

한국야구드림팀이 저마다 뛰던 무대를 벗어나 하나의 팀으로 묶이는 순간 개인보다 팀워크를 이뤄냈듯이, 정통부와 방송위도 융합의 무대에서 통방산업의 미래를 위해 '하모니'를 이뤄내야 한다. 모처럼 불씨를 지핀 통방융합에 대한 범정부적 논의의 물꼬가 총리 교체로 후퇴하는 일도 당연히 없어야 할 것이다.

최고의 조직력과 용병술로 한국야구를 연승행진으로 이끈 '김인식 감독'처럼 신임 총리도 복잡하게 꼬여있는 통방융합을 둘러싼 구조개편 매듭을 술술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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