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와 만델라 vs. 스탈린과 히틀러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2005.08.16 13:42
글자크기

[리더십레슨]도청 사건을 보며 느낀 원칙의 중요성에 대해

도청 시비로 요즘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도청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데서 시작된 문제가 불법 도청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고, 급기야 여야 정치권의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국민은 물론 기업과 언론, 정치권을 한꺼번에 혼란으로 몰아넣은 이 사건에서 과연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논란이 한창이다. 문제의 핵심을 올바로 파악하는 기준은 ‘원칙’이다.



원칙(Principles)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으로 ‘하늘의 법’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타당한 것이다. 4천년 전에 고대 이집트에서 통용되던 법칙이자, 6천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백 년 후에 생각해 보아도 올바른 결정이 원칙이다.
 
역사상 성공한 사람들과 성공한 일류기업이 된 회사들의 공통점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특히 고난과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끝까지 지킨 불변의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신뢰’이다.
 
이번 도청 사건에서 먼저 도청 행위는 원칙에 반하는 변칙이다. 도청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임에서 페어플레이 룰을 어긴 것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관계가 존재한다. 언론사 사주와 기업인 간에 이루어진 대화를 정부기관이 도청한 이번 사건은 결국 기업과 언론, 정부 간의 신뢰를 한꺼번에 너뜨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둘째, 남을 험담하는 것은 변칙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에 담긴 선현들의 지혜처럼,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타인의 불이익을 모의하고 비난하는 것은 언젠가는 백발백중 본인의 귀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험담을 하는 사람은 결국 양측 모두에게 신뢰를 잃고 만다.
 
셋째,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다. 불법 도청 테이프를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한 논란도 이 원칙에 따라 판단하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난 82년 유아용품과 의료용품을 생산하는 ‘존슨앤존슨’이라는 세계적인 회사가 판매하던 진통제 타이레놀에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투입돼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존슨앤존슨은 즉각 이 사실을 공표해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했다.

이로써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시장점유율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공중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타이레놀 회수결정이 신속히 이루어졌다. 공익의 원칙을 지킨 결단은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고 다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넷째, 임기응변에 의한 단기적이고 효율만을 중시하는 해결책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장기적이며 효과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독일은 옛 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지의 비밀문서 문제가 터졌을 때 2년간이나 각계의 토론과 의견을 거쳐 처리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지금 당장의 여론을 수습하고 봉합하기 위한 결정이기보다 추후 20년, 1백 년 후를 생각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박사와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실정법을 많이 어겼다. 그러나 인류 보편의 인권과 만민평등의 원칙은 어기지 않았다. 그는 결국 인간 평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헌신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반면에 스탈린, 히틀러, 김일성은 자신들의 재임 중에 법을 어긴 적이 없지만, 인류존엄과 인간 평등의 원칙은 수없이 어겼다. 원칙을 어긴 사람들은 결국 심판을 받는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원칙이 아닌 변칙이 판을 치고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원칙을 어긴 일을 비밀리에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급격한 변화를 거치면서 사회가 점점 투명해지고 국민의 윤리 기준이 많이 높아진 지금, 또 한 번 불거진 홍역을 치르면서 사회 각계에서 다시 한 번 원칙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