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자녀 휴대폰은 안심?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5.07.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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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80% 모바일콘텐츠 이용… 부모명의 가입 성인물 접근 용이

이제 휴대폰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필수품으로 꼽힌다. 휴대폰이 없는 학생보다 휴대폰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2배쯤 많을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생들도 휴대폰을 목에 걸고다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때로는 부모들이 스스로 불안감에 못이겨 자녀에게 휴대폰을 사준 경우도 있을 테고, 혹은 휴대폰이 없다고 친구들에게 소외당할까봐 지레 걱정이 돼 사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게는 자녀들이 부모들에게 사달라고 조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전국민의 80%가 휴대폰을 사용하게 됐고 10∼19세 전체 청소년 가운데 약 74%인 484만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 1대의 가격은 보통 50만원선. 좀 오래된 구형기종이면 이보다 20만∼30만원가량 값이 싸고 최신모델이면 20만∼30만원가량 비싸다. 학생들이 갖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부모는 자녀에게 휴대폰을 아낌없이 사주고 있다.



이렇게 값비싼 휴대폰을 자녀들에게 사주면서 부모들은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휴대폰은 청소년 유해환경에서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80%가 모바일콘텐츠를 이용하고 있고 이 모바일콘텐츠 가운데 성인물도 상당수다. 2004년 이통 3사의 성인콘텐츠 매출규모는 595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다. 이런 사실을 아는 부모들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학부모정보감시단에서 서울지역 중-고등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콘텐츠 광고메일을 받았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 응답자의 25%였고 실제로 성인용 콘텐츠에 접속해 봤다는 학생도 16%나 됐다.

문제는 휴대폰 성인물 콘텐츠를 접속했다고 응답한 학생 17명 가운데 '성인인증을 거쳤다'고 답한 학생은 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3명은 모두 '성인인증을 받지않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이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휴대폰이 부모 명의로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주민등록번호나 비밀번호만으로 성인인증을 하는 허술한 인증장치에도 문제가 있지만 심각한 것은 바로 '부모명의로 된 휴대폰'에 있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100명의 청소년 가운데 44%가 부모명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은 "휴대폰의 실제 사용자는 미성년자라고 해도 부모명의로 가입돼 있다면 모바일 성인물에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밖에 없다"면서 "성인인증 절차도 주민등록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돼 있는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만 알면 비밀번호는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도 "휴대폰 가입자가 미성년자일 경우는 원천적으로 성인콘텐츠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성인 명의의 휴대폰을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경우에 이를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통업체들이 성인인증 절차를 좀더 까다롭게 거치도록 하고 동영상 성인물이나 야한 사진에 대해 보다 완벽한 등급심의절차를 마련한다고 해도 부모들이 무관심하면 소용없는 일일 뿐이다.

결국 부모들이 자녀들이 건전하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 시작이 부모명의 휴대폰을 자녀 명의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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