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과 100명의 송승환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5.06.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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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한국을 먹여살릴 하이테크..그리고 문화테크

한 동안 요란스럽고 떠들썩했고 신이 났었다.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들이 그의 연구 성과에 대해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때문에 전 국민이 ‘배아줄기 세포’가 대충 무엇인지 알게 됐다. 신바람이 나서 모두 생물공부를 한 셈이다. 7개 관문 중 3~4개 정도 관문을 통과 했으므로 곧 뭔가 결실이 있을 것 같다는 설레임이 있었다.



‘난치병 환자에 희망의 빛’.
‘신의 손 황우석’.
“줄기세포에 메이드 인 코리아 찍고 싶다”.
부시 “황우석 연구 반대”.

이상은 ‘황우석 교수, 난치병 환자서 줄기세포 첫 추출’이란 신문· 방송의 헤드라인으로 출발한 각 언론사의 연 이은 기사 제목들이다. 한국 대표적 신문사가 엠바고를 몇 시간 앞서 깨는 해프닝도 있었다.



혹시 황교수의 연구실적이 물거품이 되지 않나하는 국민적 염려 때문에 신문사는 홍역을 치루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직설법으로 언론을 질타했기 때문이다. 신문사는 쩔쩔 매면서 사과를 했다. 여하간 노벨과학상 수상이 목전에 오는 것 같다. 암, 노벨상이구 말구. 10대 교역국인 한국으로서는 한참 늦었지!
 
21세기는 생명공학이 이끄는 세기?
 
과학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바이오테크가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국부 증진에 기여한다는 사실쯤은 짐작하므로 한 동안 몽롱했다. 그러다가 아니나 다를까. 카톨릭 정진석 대주교가 황교수 연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종교계의 찬반 의견이 계속 보도됐다.

“연구를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자체는 찬성하지만 비윤리적인 일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정진석 대주교와 황우석 교수가 서울 명동성당에서 만났다. 비가 후드득 내리는 날씨에 두 사람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언론을 통해 국민들 앞에 모습을 보였다.

“매를 맞으러 왔는데 대주교님께서 과학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계셔서 감사하다”는 황교수 메시지가 있었다. 그래서 뭔가 서로 통했나 싶었다. 그런데 양측은 어떤 경우에도 과학자는 인간의 생명을 존중한다는데 이견이 없다는 원칙적인 합의는 있었으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한 것 같다는 해설보도에 알쏭달쏭했다.


두 사람은 흡사 몇 십년간 보아오던 여야 영수회담을 하고 각각 아리송하게 말하는 정치가 같았다. 주도적으로 말하는 게 보도된 황교수는 자연과학도 치고는 굉장히 정치적 쇼맨십이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게다가 “100년 이내 인간 복제는 없을 것”이라는 황교수 말이 오히려 “100년 이내에 인간 복제가 있을 것”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여하간 좀 착잡해졌다. 한편으론 또 너무 어지러워지다 선진 강대국으로부터 한 대 얻어맞지나 않을까 불안한 구석도 생겼다.

하이터치· 문화테크(CT)를 통한 감동산업
 
정부는 한국의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디지털TV와 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차세대 반도체와 이동통신, 바이오 신약과 장기 등을 발표한바 있다. 모두 앞으로 주력· 육성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 한국을 먹여 살릴 하이테크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유감스럽게도 문화테크(CT, Culture Tech)가 빠졌다. 문화테크는 하이터치· 휴먼터치(Hi Touch· Human Touch)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예술과 이야기, 연극, 종교, 자연 그리고 시간처럼 영혼에 자양분을 주고 갈망을 채워주는 베네통의 디자인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같은 문화상품이며 당당한 신성장동력인 것이다.
 
차일피일하다가 얼마 전 이 시대의 연극인 송승환의 ‘난타’를 관람했다. 항상 소문난 한국영화나 오페라조차 실망해왔던 처지라 ‘난타’도 기대 반 체념 반이었다. 무작정 두드려 대기만 하는 시끄러운 사물놀이에 기반했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각오했다.

그런데 ‘난타’는 연주자들끼리만 환상에 젖는 무지막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드라마였고 카타르시스였고 실수와 재미가 정교하게 짜여진 퍼포먼스였다. 리듬과 비트 그리고 상황 등으로 구성된 그래서 언어장벽을 뛰어넘는 하이터치 문화상품이었던 것이다.

아! 송승환은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스필버그의 기획과 환상이 수만 대 자동차 수출의 부가가치와 맞먹는다는 21세기다. 100명의 송승환이 있으면 좋겠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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