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만네스만, 보다폰 역M&A에 "항복"

머니투데이 최정호 기자 2005.06.1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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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표기업]<9>영국 보다폰

獨만네스만, 보다폰 역M&A에 "항복"


영국 보다폰의 독일 만네스만 인수는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의 인수·합병(M&A)으로 손꼽힌다. 자본주의 원조인 영국의 자존심을 후발주자 독일에게 단단히 과시한 것이다.

지난 1999년 독일 만네스만은 영국 이동통신 시장 진입을 위해 오랜지사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한다. 일개 파이프회사에 불과했던 만네스만이 유럽에서 가장 최강의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롤스로이스를 BMW에게 뺏긴 것 만큼이나 영국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이때 영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보다폰은 만네스만에게 우호적 합병을 먼저 제안한다. 그러나 기세 등등한 독일 만네스만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이에 보다폰은 적의 심장을 겨누게 된다. 만네스만을 통째로 집어삼키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만네스만은 프랑스 미디어 그룹 비방디를 백기사로 끌어드리려 했으나 보다폰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만다. 보다폰이 한 발 앞서 비방디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이다. 다시 만네스만은 1억7000만유로를 자사주 매입에 쓰며 안간힘을 쓰지만 보다폰의 치밀한 전략과 1500만달러라는 역사상 사상 최대 금액에 두손을 들고 만다.



일부 영국 사람들은 이 모습을 "2차대전에 대한 통렬한 복수"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 변방의 자본주의 후발국에 불과했던 독일이 유럽의 떠오르는 태양으로 부각되는 사이 영국은 서쪽 땅으로 지는 해라는 패배감을 한번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국민들의 기쁨은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각각 자국 기업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외교 전쟁까지 치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대륙식 자본주의 중심 독일에 또 다른 축 영미식자본주의가 침투, 처음으로 승리했다는 역사성이 영국민의 자존심을 한 껏 살린 것이다.

보다폰의 만데스만 인수는 영국민에게는 쾌거였지만 독일에게는 충격 그 차체였다. 독일 검찰은 만네스만 최고경영자와 주 거래은행 도이체방크 회장, 노동조합 위원장 등 6명을 기소했다. 만데스만 감독이사회 멤버였던 이들이 보다폰에게 인수를 승인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저버리고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다.


영미식 자본주의에서는 인수 합병 과정에서 피 인수자 경영진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지만 대륙식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분노할 일이였던 것이다. 이후 독일 정부는 자국 기업의 피 인수합병을 막기 위한 법까지 새로 만들었다.

이후 보다폰은 장비 대량 구매 효과와 규모의 경제 달성, 그리고 300억달러로 추산되는 시너지 효과 등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효과 못지 않게 영국의 자존심을 살리며 대표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보다폰은 1500만달러 이상의 이득을 올렸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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