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오너 김정주씨 전면에 나선 이유?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5.06.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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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김정주 사장 11년만에 첫 대표이사..NHN과 빅딜 관측도

넥슨의 오너가 전면에 나선 뜻은?

10년 이상 수렴청정 식으로 회사를 이끌면서 국내 2위의 게임업체 넥슨을 만들어낸 김정주(37) 씨. 지난 9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과정 재학중 넥슨을 창업한 그는 그동안 한번도 넥슨의 대표이사직을 맡지 않고 회사를 간접적으로 이끌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오너 경영체제를 채택하고 전면에 나섰다. 당연히 업계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사장은 바뀌어도 주인은 하나



넥슨은 지난 3일 공동대표중 한명인 서원일 대표가 사임함에 따라 최대주주인 김정주 이사를 새롭게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넥슨은 서원일-데이비드 리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정주-데이비드 리 공동대표 체제로 경영구조가 변경됐다.

넥슨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경영체제가 다섯번이나 바뀌었다. 창업후 5년간의 김교창 대표체제 이후, 99년 이민교 대표, 2001년 정상원 대표, 2004년 2월 서원일 대표가 잇달아 넥슨의 대권을 이었다. 2004년 11월에는 데이비드 리가 공동대표로 취임,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했으며 이번에 김 사장이 공동대표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99년 이후 평균 경영체제의 지속 연한히 평균 2년이 안되는 셈이다. 회사의 경영진이 자주 교체되면 사세가 위축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넥슨은 잦은 경영진 교체에도 아랑곳 없이 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넥슨은 창업이래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엔씨소프트에 이어 게임업계 2위 자리를 굳혔다. 올 1분기 실적에서는 엔씨소프트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려 국내 게임업계 판도가 양강체제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잦은 경영진 교체의 와중에서도 넥슨은 어떻게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넥슨 출신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넥슨의 대표이사는 다른 회사의 CEO와 달리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고, 실질적인 결정권은 창업주인 김정주 사장에 집중돼 있었다. 즉, 창업주인 김 사장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어 대표이사의 변경으로 회사가 흔들릴 여지가 거의 없었던 것.

이번에 창업을 선언하며 넥슨을 떠난 서원일 대표의 경우도 '인사권이 없는 사장의 한계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빅딜' 가능성은

그렇다면 지금까지 수렴청정으로 회사를 정상권으로 발돋움시킨 김 사장이 갑작스레 대표이사가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일단 넥슨의 공식적인 발표는 서원일 대표가 창업을 위해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김 사장이 전격적으로 복귀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서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을때 김 사장은 상당기간 만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만약 서 대표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면 김 사장이 경영일선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김 사장이 10여년의 은둔(?)을 접고 전면에 왜 나섰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최근 몇년새 넥슨은 대표이사들이 차례로 회사를 떠난 전례가 있고, 그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을 적절히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직접 나설만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자리에 연연치 않던 김 사장이 갑자기 자기 회사 사장 자리가 탐났을리도 없고, 대리인으로 내세울 인물이 다 떨어졌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본인이 나서서 진두지휘해야 할만한 대형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추정했다.

현재 인터넷 게임업계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외국계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설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게임개발업체 엠플레이로 지분관계가 얽혀있는 인터넷 포털 선두업체 NHN과 넥슨이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관련기사 : NHN·넥슨·엠플레이 합종연횡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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